지난 2월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어 또 비판
대통령 압박에 ‘상생금융’ 추가 확대되나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의 ‘돈 잔치’ 비판에 공공의 적이 돼버린 은행권이 ‘종노릇’ 발언이 나오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지, ‘상생금융’ 추가 확대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이를 반영하듯 주식시장에서의 금융지주들 주가 또한 일제히 빠졌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전일(30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중 참모진은 최근 민생 현장을 돌아보며 청취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고금리 시대 속 은행권이 지속적인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는 반면, 서민·소상공인들은 원리금 상환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강도 높은 은행 비판 발언은 지난주 5대 금융지주의 실적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실제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 3분기까지 누적으로 16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특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8조8052억원) 대비 7.4% 늘었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들의 말을 전달하는 형식이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직접 ‘종노릇’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이례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고금리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발언인데, 은행권을 향한 추가 상생금융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횡재세 도입 논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은행권을 향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은행 돈 잔치로 국민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앞장서 은행들을 돌며 일정을 소화했다. 은행들은 이에 맞춰 금리 인하, 수수료 면제 등 상생금융 보따리를 줄줄이 푼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이 전해지자 은행들은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계대출 억제와 취약차주에 대한 상생금융이라는 정부 및 정치권의 ‘갈지(之)자’ 압박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전일 주식시장에서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일제히 빠졌다. KB금융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67% 하락한 5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신한지주는 2.57% 하락한 3만4100원에, 하나금융지주는 3.88% 떨어진 3만9600원에 각각 장을 마쳤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한 소상공인들의 은행 종노릇 발언과 관련해 ‘은행주들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질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우리 국무위원, 다른 국민에게도 전달해 드리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 어떠한 정책과 직접 연결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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