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규제 예고됐지만 중국 이커머스는 또 사각지대
옥상옥 규제 신규 투자, 스타트업 육성 저해 가능성
"혁신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형평성 이슈도 키울 것"
정부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이커머스 업체를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강도 규제로 오픈마켓 기업들을 과도하게 옥죌 거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나오면서 업계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관계부처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당·정 협의를 거쳐 중개거래 플랫폼의 입점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계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법상 규제 대상인 '대규모 유통업자'로 보고 관련 규제를 하겠다는 뜻이다.
법 적용대상으로 '연간 중개거래수익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중개거래금액이 1000억원 이상'을 1안으로 '연간 중개거래수익이 1000억원 이상 또는 연간 중개거래금액이 1조원 이상'을 2안으로 제시했다.
1안은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규모유통업자의 기준이 전년도 소매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인 점이 고려됐다. 2안은 중소 플랫폼까지 규제할 경우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1안으로 따지면 30~40개 정도 (기업이 대규모유통업자가) 될 것으로 보이고, 2안으로 따지면 한 20개 정도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같은 주요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은 1안과 2안 가운데 어느 쪽으로 정해지건 앞으로 대규모유통업법상 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정산기준일과 기한에 대해서도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 1안은 소비자의 구매확정일(청약철회 기간 만료일)로부터 10∼20일 이내이고, 2안은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다.
공정위는 1안으로 정해질 경우 정산 기한을 40일→30일→10∼20일 이내로 매년 단계적으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온라인 중개거래는 정산주기가 평균 22.9일이다.
플랫폼이 판매대금을 직접 수령할 때 대금을 100% 또는 50%를 별도 관리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직매입거래의 경우 해당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상품을 위탁 판매하고 그 판매대금을 관리하는 경우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각각 대금을 지급하도록 돼있는데 개정안은 이보다도 정산 주기가 더 앞당겨지고 별도 관리 의무도 추가되는 셈이다.
문제는 오픈마켓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공정위 가이드에 맞추려면 새로운 계약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달 중 공청회를 진행해 업계 의견을 청취한 후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개정법을 일정 기간 유예 후 시행하고 규율 강도도 경과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옥상옥 규제 등으로 새로운 투자, 스타트업 육성 등 산업 발전 저해 가능성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해당 규제가 중국 이커머스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C커머스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경우 역차별에 따른 시장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는 그동안 전자상거래법으로도 규제하지 못해 사각지대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는데 이번 규제에서도 적용대상이 될지 안될지도 미지수인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해당 규제법은 국내 이커머스에만 적용될 것으로 보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유통 규제 개선 포럼 '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 좌담회'에서 "이번 규제 강화는 새로운 혁신을 막을 뿐 아니라 형평성 이슈 등으로 알리·테무·쉬인과 같은 대형 C커머스만 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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