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외인들, 국내주식 매수세 이어질까

송고 2016.12.26 11:20 | 수정 2016.12.26 14:31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원화 약세 지속으로 외인 자금, 한국 증시 이탈 우려 높아져

달러 강세 약화 속 신흥국 투심 회복…전문가들 "외인 매도 제한적일 것"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면서 외국인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외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달러 강세가 수그러들고 있고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201.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최근 가파른 오름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인 지난 23일 1203.0원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인 지난 22일에도 장중 1200.4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였던 외국인들도 22일에는 539억원을 순매도했다. 23일에도 976억원을 팔아치워 이틀 동안 1500억원 가량을 내다팔았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서며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달러화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 차 축소로 약세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안 연구원은 경기를 반영하는 씨티(Citi) 서프라이즈 지수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씨티 서프라이즈 지수는 0을 기준으로 경기 지표의 시장 예상치 상회·하회 여부에 따라 0보다 크거나 작은 값을 나타낸다.

그는 "신흥국 대비 선진국의 씨티 서프라이즈 지수 차는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3개월 상승률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낸다"며 "현 지수 차는 26.4포인트로 지난 15일 37.4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완만히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달러 약세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유로화의 약세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달러화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유로화는 달러인덱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통화로, 유로화 움직임은 달러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안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현행 800억 유로→600억 유로)하면서 총 자산 증가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유로화의 추가 약세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 연구원은 "달러 약세 전환과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은 한국 증시에도 분명 우호적"이라며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매도 가능성이 제한적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벤치마크 지수 중 하나인 MSCI 코리아를 보면 외국인의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는 우호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MSCI 코리아는 대형주 위주로 구성돼있어서 올해 코스피 상승률이 4%에 불과한 반면 MSCI 코리아는 수익률이 무려 11%나 된다"며 "외국인들이 볼 땐 올해 한국 증시가 괜찮았던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에도 IT 위주의 주가 강세가 예상된다"며 "한국 뿐만 아니라 대만도 마찬가지로 아시아 신흥국 증시나 글로벌 IT하드웨어업종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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