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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가 '49층 재건축'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

  • 송고 2017.08.21 11:12 | 수정 2017.08.21 11:12
  • 서영욱 기자 (10sangja@ebn.co.kr)

서울시, 은마 정비계획 "심의자격 없어" 경고

높은 용적률 탓 고층 고집…강남구도 지원사격 '든든'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평양 래미안'이나 '대동강 자이' 입주가 빠르지 않을까요?"

최근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행보를 비꼰 한 부동산 커뮤니티의 글이 화제다. 서울시의 '2030 플랜'을 꾸준히 무시하는 은마아파트의 태도는 결국 서울시의 화를 부추기며 49층 고집을 꺾지 않는 이상 재건축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다. 동종 정비업계 반응 역시 싸늘하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시는 지속적인 반려에도 불구하고 49층 재건축을 고집하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을 심의하지 않기로 했다. 은마아파트가 수차례 사전협의에도 불구하고 49층 재건축을 고수해 심의 전 단계에서의 조정은 더 이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통상 도계위에서 보류된 안건에 대해서는 별도 설명자료를 배포하지 않지만 은마아파트와 관련해서는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안이 서울시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 심의요건 자체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이례적으로 ‘미심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실상 서울시의 마지막 경고라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는 1979년에 입주한 4424세대 대단지다.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는 단계로, 강남 재건축 잠룡 중 하나다. 한 때 강남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맡기도 했던 이 단지는 지금은 서울시의 ‘2030플랜’을 따르지 않고 49층 재건축을 고수해 서울시 마찰을 빚고 있다.

추진위가 제출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을 보면 학여울역 인근 1만㎡를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하고 용적률은 제3종일반주거지역 최대 299.8%, 준주거지역은 최대 498.6%, 최고 높이는 제3종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 동일하게 167.3m(최고층수 49층)로 계획됐다. 재건축 예정 총 세대수는 5940세대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2030 플랜'에 따라 주거지역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종 상향 역시 추진위의 소망이다.

은마아파트가 고층 재건축을 고수하는 이유는 우선 높은 용적률 때문이다. 은마의 경우 기존 용적률이 2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법적용적률 상한이 300%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재건축을 통한 단지 전체의 연면적 증가 폭이 적다.

100%가 되지 않는 개포 등 저층 단지들과 비교해 수익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추진위는 초고층 프리미엄으로 수익성을 만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형평성 등의 문제로 가로 막혀 있다.

또 강남구가 든든한 아군 역할을 맡으면서 힘을 얻고 있다. 강남구는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압구정 재건축 단지의 높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연히 강남구청장은 천편일률적으로 35층 동일한 높이로 제한하는 행위는 역동적인 스카이라인 조성을 막고 개인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는 지난 2월 삼성역~학여울역 구간을 마이스 산업벨트로 육성한다는 내용의 '강남구 비전(VISION) 2030 실행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도심기능을 은마아파트 맞은편 학여울역까지 확대해 고층 재건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삼성동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영동대로 지하 공간 통합개발에, 세택(SETEC) 부지 복합개발까지 연결해 산업밸트를 구성한다는 방안이다.

최근에는 SK그룹이 서울 최대 규모의 전시·컨벤션지구를 만들겠다고 서울시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대형 복합 개발이 착수하며 서울시가 ‘2030 서울플랜’에서 잠실일대로 한정한 광역중심지역을 은마아파트 일대까지 확장해 종상향 후 49층 재건축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하지만 서울시를 비롯해 정비업계의 반응은 단호하다. 정비업계 역시 은마아파트만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고층 재건축으로 인한 경관의 사유화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변 단지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사업 속도를 높일 때 은마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며 "은마는 재건축 추진 속도가 관건이 아니라 주민들의 이익 극대화가 우선인 단지다. 은마 입장에서는 서울시의 계획을 수용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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