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오염물질 배출규제 강화…내년 초까지 선박 발주 이뤄져야
기술력 앞선 한국 조선 수혜 전망 “선사들, 발주경쟁 나서게 될 것”
올해 들어 글로벌 조선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유조선에 이어 벌크선, 컨테이너선 시황도 극심한 침체기를 딛고 회복세를 보이면서 선사들의 선박 발주도 조심스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오는 2020년으로 예정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는 기술력과 선박 품질에서 글로벌 조선강국을 자부하는 한국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18년부터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상 최악으로 불리는 지난해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은 조선업계는 올해 들어 다소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일감에 조선소의 핵심생산설비인 도크 가동중단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올해 초만 해도 업계에서는 가시적인 경기회복을 전망하는 시각이 제기돼왔으나 글로벌 선사들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활기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박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따른 것이다.
국제해사기구는 현재 선박운항시 배출되는 황산화물 비중을 3.5%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오는 2020년부터는 이를 0.5%로 크게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이와 같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는 LNG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기존 중유를 사용하면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여과시킬 수 있는 스크러버(Scrubber) 장착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계는 2010년대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친환경선박 개발에 나섰으며 그 결과 기존선박 대비 연비는 우수하면서 오염물질 배출은 크게 줄인 선형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통상적으로 선박을 수주하면 설계와 건조까지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되며 2020년부터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충족시킨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선박 발주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조선업계는 부족한 일감 확보를 위해 수주영업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글로벌 선사들은 이와 같은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조선소들 중 연말까지 선박 인도와 함께 가동이 중단되는 조선소들이 전체의 30%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선사들의 눈치싸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선박 건조에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이 있는 만큼 선사들도 더 이상 필요한 선박에 대한 발주시기를 늦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들어 중국 조선업계가 벌크선시장 회복과 함께 적극적인 선박 수주에 나서고 있으나 중국에 발주된 선박들은 기존 환경규제 기준을 충족시키는 선박들이 대부분이며 이보다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는 선박을 건조할 만한 기술력을 갖춘 조선소는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최근 들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는 각각 1조원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며 조선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수주소식이 전해진 당일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거래정지 상태인 대우조선을 제외한 나머지 조선사들의 주가가 떨어지며 이와 같은 규모의 수주로는 조선사의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투자자들의 시각을 보여주는데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일계약으로 1조원 정도를 수주할 수 있는 기업이 몇 안되는 것은 사실이나 조선산업 자체가 대규모 장치산업인 만큼 100만평에 달하는 조선소의 일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이보다 적은 규모라도 수주소식이 꾸준히 이어짐으로써 향후 일감부족 및 매출감소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선사들이 아직까지는 선박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으나 일부 선사가 공격적인 발주에 나서기 시작하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선사들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며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1분기 중에는 조선업계의 잇따른 수주소식에 힘입어 조선주들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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