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중국·러시아 파이프라인으로 원유도입처 다각화
화학업계, 러시아 PNG 및 북 석탄으로 원료 다변화 기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인 첫 발을 떼면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유·석유화학업계에서도 남북경협을 통한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14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남북경협으로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원료 다변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경협 시 조중우호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데다, 러시아의 코즈미노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 증설 시 러시아 원유도 수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5위의 원유 수입국임에도 분단이라는 지정학적인 이유로 원유 수입이 중동에 집중돼 있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에너지 수입처를 다변화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가격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실제로 중동은 원유 판매 시 아시아 OSP를 부과하고 있는데 OSP가 높아질수록 정유업체들은 정제마진 축소로 인한 손해를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중동산 원유 외에도 미국산, 중남미산 등 원유도입선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동산 원유의 비중은 줄어들고 미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원유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진투자증권의 황성현 연구원은 "북한을 통한 러시아 에너지 수입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리스크 분산 효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기업들도 남북경협을 통한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러시아의 PNG(가스관 천연가스)와 북한의 석탄을 활용한 원료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석탄매장량은 총 150억톤으로 남한 매장량의 10배로 추정되고, 이에 따라 북한은 석탄을 중심으로 석탄화학 역량을 강화해왔다. 석탄화학에서 전력소비가 컸던 카바이드 단계를 생략하는 기술을 개발해 전력소비를 대폭 줄이는 등 석탄화학에서 기술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연구원은 "러시아 PNG 도입으로 ECC(에탄크래커)를 건설할 수 있고, 북한의 석탄을 활용한 CTO도 건설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나프타 중심의 원료를 나프타 외에 석탄, 가스 등으로 다변화할 수 있고, 북한의 인구를 활용한 다운스트림 강화로 중장기 수혜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PNG 등은 인프라의 건설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아직까지 경협이 구체화되지 않아 조심스럽다"면서도 "경협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장기적으로는 회사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