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가 대부업 순기능에 미친 영향' 세미나 개최
신용대출 21%·승인율 13%↓…"대부업 순기능 약화"
포용적 금융정책인 최고금리 인하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며 오히려 한계차주들을 비제도권 불법사금융으로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합법적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대부업체로부터 탈락하는 저신용자들이 1년 새 12만명 규모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덕배 국민대학교 교수는 1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대부금융협회 주최 '최고금리가 대부업 순기능에 미친 영향' 세미나에서 "최근 잇따른 최고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중소 대부업체의 퇴출 및 심사가 강화, 대부업권에서도 금융소외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부업 순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나이스평가정보의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 대부업 대출승인율은 17.8%에서 13.1%로 4.1%포인트(p) 하락했다. 올해 2월 8일 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된 이래 대부업체가 대손비용을 낮추기 위해 저신용자 대출 심사를 강화한 영향이다.
금융연구원 추정 결과 2016년 대부업체 원가금리는 조달비용 4.5%, 관리비용 9.1%, 대손비용 12.6%를 모두 더해 26.2%로 나타났다. 현재 법정최고금리 24%에 견줘 신규대출로 역마진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9월 대부업 신규 신용대출자는 고~중신용자에 속하는 1~6등급이 33만580명, 저신용자인 7~10등급이 45만9996명이었으나 올해 1~9월은 1~6등급 28만1739명, 7~10등급 34만3188명으로 각각 14.8%, 25.4% 감소했다. 저신용자 12만명, 고~중신용자 5만명을 합쳐 지난해보다 17만명(21%)이 대부업 대출을 못 받았다. 이 규모는 연말 25만명이 될 것으로 박 교수는 추산했다.
결국 저신용자의 금융소외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부업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하고, 대부업 관계 법령에 따라 영업을 하며 관리 감독을 받는 제도권 금융이다. 대부업에서조차 밀린 저신용자 차주들의 선택지는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 또는 불법사금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러나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햇살론, 미소드림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는 8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비중은 9.2%에 불과했다. 7등급(30.4%)을 더해도 고신용자(1~6등급)의 비중(60.4%)에 미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임기 내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인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시장 저신용자 배제 규모의 추정 및 시사점'에서 최고금리가 20%로 인하 시 최대 86만명의 저신용자가 대부업에서 배제될 것으로 추정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신규대부업자 중 3년 이내 폐업하는 비율이 약 88%에 이른다. 대부금융 공급 축소를 뜻한다. 불법사금융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를 분석하면 2015년 33만명 수준이던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2016년 43만명으로 급증했고, 1인당 이용금액 또한 2162만원에서 3159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불법사금융은 상당한 수준의 블랙마켓(Black Market)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발표한 2017년 불법 사금융시장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약 52만명에 이르며, 총 6조8000억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의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저신용자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하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저신용자의 부담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업의 존속 가능성, 탈락차주를 어떻게 포용할지에 대한 각론이 부족하다는 게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이상빈 전 한양대학교 교수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며 "수요와 공급 양쪽을 다 봐야하는데 노동·소비자 입장만 보고 최저임금 인상, 최고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것은 '외팔이 경제'다"라고 지적했다.
문종진 명지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경우는 최고금리가 1954년 109%였다가 현재 20%수준으로 낮추기까지 52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 66%에서 올해 24%가 됐다"며 "최고금리 인하가 너무 과속으로, 우리 경제가 적응하지 못하는 속도로 일어나면 금융사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지금의 대출규제정책은 장기간 지속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라며 "서민 보금자리론까지 대출 파이프라인(관로) 자체를 막아놓고 다 안하면 가계부채가 안 늘어나니 좋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감당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구멍은 유지하면서 점차적으로 해야 하는데 확 막은 것"이라며며 "경제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후진적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업계의 대출 위축에 따른 저신용자의 금융소외를 막기 위해선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교수는 "최고금리 20%인 일본의 경우 대부업 잔액 자체가 축소된 상황에서 상위 3개사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은행 자회사와 연계된 보증업을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부도 대부업에 보증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부업체가 저신용자 신용대출을 급격히 축소하지 않도록 타 금융권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공모사채 발행 불허, 금융기관 차입 제한 등의 자금조달 규제와 대손충당금의 손금인정범위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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