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회장, 당초 유임 유력설…앞으로 하이닉스 미래기술&성장 담당
"지금이 후배 물려줄 최적기"…반도체 고점설 등 위기감도 작용했을 듯
당초 유임이 점쳐졌던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떠나고 '깜짝' 교체가 단행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 확실한 가운데 나온 인사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7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사업총괄 이석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CEO)로 선임했다. 이에 지난 2013년부터 6년간 대표이사를 맡았던 박성욱 부회장은 용퇴하게 된다.
당초 재계에서는 박성욱 부회장의 유임이 유력하다고 봤다. SK하이닉스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월등한 경영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매출액 30조1000억원, 영업이익 13조70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액 30조5000억원, 영업이익 16조4000억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실적을 돌파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신기록에도 불구하고 박 부회장이 용퇴하게 된 배경에는 '지금이 적기'라는 그의 결단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처럼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을 때 대표이사가 용퇴하는 게 흔하지는 않다. 지난 6년간 박 부회장이 경영을 잘해왔다"며 "다만 이번 인사는 회사가 잘되고 있는 지금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한 박 부회장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부회장의 용퇴 배경에는 위기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4분기 들어 D램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올해가 정점일 것으로 전망된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GB PC D램 모듈 평균 가격은 지난 10월 31 달러에서 현재 30 달러로 떨어졌다. 4분기 D램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3분기 대비 8%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지속적인 공급 증가, 비수기 및 초과 재고로 인해 PC D램 가격은 4분기에 비해 내년 1분기 급격히 하락해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고점 논란 외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박성욱 부회장은 대표이사 자리를 떠나지만 SK그룹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을 맡는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 미래기술&성장 담당을 맡아 SK하이닉스의 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게 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앞으로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구상할 계획"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와있진 않지만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SK하이닉스의 발전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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