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970년대 탄소섬유 상용화…韓, 2011년 탄소산업 클러스터 추진
韓, 글로벌 시장경쟁력 日의 78%에 그쳐…기술 노하우와 품질도 저조
효성첨단소재·SK케미칼 등 일부 생산기업만 자동차 소재 개발 주력
아베 신조가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재계는 추가 수출규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소섬유가 가능성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 1위다. 일본은 탄소섬유 응용 시장 대부분에 진출했지만, 한국은 일부에 그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화학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탄소섬유 수출규제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웃게된 아베 총리가 내부 결속 다지기 일환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고삐를 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 안보상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되고 공작기계, 탄소섬유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추가 지정하는 안이 유력하다.
탄소섬유는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과 수송, 이용에 필요한 핵심소재다. 1970년대 업계에 도입됐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항공기 구조대, 고급 낚시대 등 한정 품목에서만 적용되다 지금은 자동차·항공기·풍력·압력용기 등에 경량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무게는 기존에 사용되는 철보다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10배 가량 강해 선호도가 높다. 수요는 연간 11%~14%씩 늘고 있다.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서 입지가 가장 큰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이 탄소섬유 수출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2017년 기준 시장 점유율 45%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도레이(Toray)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미국과 독일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일본보다 13배 적은 3.4%로 집계됐다.
한국의 탄소섬유 글로벌 경쟁력은 일본의 78%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INI R&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원료 합성기술과 공정기술 노하우 및 열처리에서 일본에 99점을 부여했다. 한국은 77점을 받았다. 특허보유에서도 일본은 98점, 한국은 68점을 기록했다.
신제품 개발능력도 차이를 보였다. 품질경쟁력에서도 일본과 한국은 20점 가까이 차이났다. 탄소섬유 응용 진출 시장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1970년대부터 상용화를 실현한 일본은 자동차, 우주항공, 에너지, 건축·토목, 의료기기, 스포츠 분야 등 탄소섬유가 사용되는 거의 전 분야에 진출한 반면 한국은 에너지, 스포츠분야 등에 한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국내수요를 웃도는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소재를 활용한 응용제품 개발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저가 탄소섬유 개발과 함께 자동차 연계 제품 개발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관련 탄소섬유 제품은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략 1순위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차나 CNG차량에 들어가는 탄소섬유는 더 높은 수준의 등급 요구한다. 2003년부터 자동차용 탄소섬유 복합소재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해 온 일본은 이미 완성차 업체들과 새로운 소재 적용 기술제휴를 맺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JEC에 따르면 2020년 탄소섬유 응용분야별 수요 시장 규모는 자동차가 21.7%로 가장 크다. BMW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 벤츠, 볼보, 포드, GM 등도 탄소섬유 업체와의 전략적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일본 테이진(Teijin)사와 GM은 기술제휴를 통한 자동차용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공동 연구개발 중이다. 일본 도레이는 2012년부터 독일 다임러(Daimler)와 공동으로 자동차 소재 개발을 시작해 벤츠(Mercedes-Benz)에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도 자동차 제품 관련 탄소섬유를 생산 중이지만 아직은 경쟁력이 돋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부 제품을 납품하는 정도다. 국내 탄소섬유 생산 기업 중에서는 효성첨단소재, SK케미칼, GS칼텍스 등이 자동차 제품 관련 탄소섬유를 생산한다.
국내 탄소섬유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11년부터 탄소산업 클러스터를 추진하는 등 기술개발 중이기는 하나 원천기술 보유국이자 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한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생산기업 중에서는 효성첨단소재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달 사우디 아람코와 사우디아라비아나 국내 등에 탄소섬유 공장 신설, 증설을 추진하는 MOU를 체결했다. 아람코는 자동차 관련 신규사업을 검토하면서 섬유를 비롯한 첨단소재 부문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한 효성과 손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아람코의 경영 노하우와 효성의 독자적인 기술이 합해져 앞으로 탄소섬유를 비롯한 미래 신사업이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및 항공 등으로 탄소섬유 진출 분야를 넓혀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효성은 2013년 전북에 연간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준공해 탄섬(TANSOME)을 생산 중이다. 전북은 2011년 자동차 탄소복합소재·부품 상용화 토탈 솔루션 센터를 도입했다. 지난 2월부터는 전주 공장 부지에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추가 증설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12년 일본 미츠비시 레이온사와 탄소섬유 개발 및 생산 관련 MOU를 체결하며 탄소섬유 시장에 진출했다. SK케미칼은 압축성형용 급속경화 프리프레그(탄소섬유 중간재)로 자동차 부품 시장을 겨냥 중이다. 프리프레그가 적용된 자동차 부품은 자동차 도어, 라디에이터 그릴, 리어 스키드, 루프레일, 리프 스프링, 프로펠러 샤프트, 디퓨저 등 7종에 달한다.
GS칼텍스는 2014년 탄소섬유 LFT(장섬유 강화 열가소성수지) 복합소재 개발 및 양산에 성공했다. 자체 가공기술로 개발한 탄소섬유 복합소재는 자동차용 선루프 프레임 소재로 공급되고 있다. 탄소섬유에 나일론, PP(폴리프로필렌) 등을 배합해 강판보다 50% 가량 가볍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잠재수요에 비해 기술수준과 제조기반이 약한 편이라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동반성장을 일궈내야한다"며 "필요에 따라 관련 정책확대와 R&D 지원책을 더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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