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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낮춘 은행들, 불완전판매 근절이 '직원 성과'

  • 송고 2019.11.15 14:42 | 수정 2019.11.15 15:33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판매실적보다 고객 수익률에 더 큰 배점…영업점 '줄세우기'도 없어진다

평가체계 급변에 수익성 악화로 번질 우려도…영향 최소화 보완책 필요

은행권이 그동안 은행의 수익과 직원의 개인 실적 중심으로 짜여진 핵심성과지표(KPI)를 '고객 수익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이 그동안 은행의 수익과 직원의 개인 실적 중심으로 짜여진 핵심성과지표(KPI)를 '고객 수익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이 은행의 수익과 직원의 개인 실적 중심으로 짜여진 핵심성과지표(KPI)를 '고객 수익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부른 본질적 원인으로 은행의 과도한 수익성 중심 성과 평가·보상 체계가 지목된데 따른 대책이다.

대규모 투자자 원금 손실로 이어진 DLF사태는 금융당국이 고위험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 금지를 정책으로 내놓게 만들었다.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었다. 은행들이 내부 보상체계 개편까지 나선 배경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기존 KPI가 상품 판매 경쟁을 과열시켜 불완전판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은행들은 내년도 평가체계를 손대고 있다. KPI 구성 계획에 고객 만족도와 수익률 비중은 높이고 영업항목 비중은 낮추는 방향이다.

DLF사태에 직접 연루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KPI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 직원의 승진, 급여 등을 결정하는 성과평가 시 주요 기준인 금융상품별 판매액 항목을 전면 폐지했다.

평가 항목에서 펀드·방카슈랑스·외환·카드·주가연계신탁(ELT) 등 금융상품별 판매액을 평가하는 '외형지표'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KPI 항목이 종전 25개에서 향후 10개 이내로 대폭 줄어든다.

영업점마다 상품 판매액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지던 '상품별 외형지표'가 사라지면서 영업점 '줄세우기'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은행도 현행 상대평가 시스템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성과지표에서도 고객수익률을 포함한 고객관리 비중을 2배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프라이빗 뱅커(PB) 평가에 고객 수익률의 배점을 기존 4.5%에서 9.0%로 늘렸다. 내년에는 PB뿐 아니라 전체 영업점 평가에 고객 수익률을 반영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고객수익률 항목 비중을 확대에 더해 KPI에 '목표달성 평가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달성률이 높을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 구조로, 다른 직원간의 비교 평가가 아닌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인사평가시스템을 바꾼다는 얘기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영업전략 결정권을 현장에 맡기기로 했다.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점 상황에 맞게 목표를 세우고 목표치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바꿔 유연성을 높인 것이다.

KB국민은행도 KPI를 '고객' 중심으로 개혁하는 방안을 마련, 내년 상반기부터 수수료수익보다 고객 수익률을 우선시하는 평가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투자상품협의체 등 상품리스크 관리 강화 검토하고, 고객수익률 관리지표에 대한 개선, KPI에서 비이자수익 조정 등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IBK기업은행도 고객 가치와 영업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내년 KPI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도 KPI 개선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DLF 사태로 은행권에 평가지표 개선이 번지고 있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도 민간 기업인만큼 수익성을 포기할 수 없는데, 평가항목이 대대적으로 수정되면서 상품 판매 경쟁 자체가 사라지면 은행에 치명적인 수익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현재 은행 KPI에 고객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평가체계 변경 이후 은행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수수료 수입 비중으로 재조정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평가체계로 변경하겠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완전히 포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고객 수익률만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수 있는 만큼 다양한 보완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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