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이원화된 현재 금융감독체계, 독립적 감독집행 어려워 금융사고 키우는 구조"
은성수 "조장정책과 금융정책을 나누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안맞고 현실적으로 어렵다"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 분리에 대한 요구가 오래됐다. 정권 교체기에 여야를 상관없이 제기됐다. 학계에서도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의 분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학계에서 윤석헌 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에 앞장섰다. 그의 임기말이다. 차기 정권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실현될지, 3회에 걸쳐 진단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는 때아닌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금융감독체계 분리에 대한 필요성은 금융감독원을 필두로 업계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금융위원회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학자 시절부터 현 금융 감독 체계가 금융산업정책·감독정책(금융위)과 감독집행(금감원)으로 이원화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재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체제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정책을 분리하는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시점에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이 적절한 시기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더했다.
다만, 금융감독 체계 개편 방안, 금감원 독립에 대해 논의하자는 입장은 수용했다. 정치적 해결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예로 들며 정부가 금융산업을 육성하려다 소비자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금융감독체계는 이원화돼 있어 독립적인 감독집행이 어려워 금융 사고를 키울 뿐만 아니라 금융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그는 최근 "감독을 맡은 입장에서 소비자 신뢰를 얻고 금융산업이 잘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선 금융감독체계가 개편돼야 하는데, 지금은 감독정책과 집행 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사모펀드 등 금융사고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감독체계를 보면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과 금융감독 정책 수립을 담당하고, 금감원이 검사·제재 등 감독 집행 기능을 맡는다. 금감원이 금융위에 예속돼 있어 금융위의 결정에 따라 감독업무가 실행되는데,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더라도 금융위 승인 없이는 곧바로 집행할 수가 없어 라임과 옵티머스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제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구조의 문제 기능의 실패를 야기시켰다는 주장이다.
그는 감독체계 개편이 꼭 이뤄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금융사고를 들여다보면 대충 어떤 유형이 있다"며 "정부가 금융산업을 육성하려다 그것이 경우에 따라 위험을 창출하는데,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동양 사태, 사모펀드 사태도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고, 금융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며 "금융은 기본적으로 신뢰로 먹고사는 곳인데 그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윤 원장은 금융정책과 감독 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국회 입법초사처의 보고서를 언급하며 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입법조사처는 "금융정책이 감독 정책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고, 감독 정책이 경기 대책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위의 승인이 아니라) 금감원의 수입원인 감독 분담금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만큼 금감원 예산은 국회의 통제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 원장은 금융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두 가지의 방향으로 감독체계가 개편돼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정책의 관계가 재설정 돼 최소한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정책 집행간의 유기적인 운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의 독립뿐만 아니라 감독 체계의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 원장은 "예산의 독립은 감독체계 일부로 예산 독립이 있다 해도 감독체계의 독립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감독체계 독립 없는 예산의 독립은 절대로 충분치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의 독립'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 위원장은 "금융정책이라는 게 (금융산업)조장정책과 감독정책이라고 하는데 금융에 있어서는 조장정책이 없다. 조장정책은 감독을 잘 해서 금융기관이 건전하게 되면 금융산업도 발전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두 가지를 나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안 맞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1998년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총괄서기관으로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하는 업무를 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나누는 일을 해 봤는데 결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면서 "감독정책과 금융정책은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고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 위원장은 "금융위 업무를 금감원에 넘긴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금융산업이라는 건 일종의 라이선스를 주기 때문에 공권력이 개입되는 행정행위라서 우리 법제의 이런 부분도 같이 고민하면서 전체적인 논의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은 위원장은 "논의 자체는 반대할 생각이 없는데, 논의를 하려면 정부조직법을 염두에 둬야 하고, 지금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이 적절한 시기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도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감독 체계 분리 논의는 정부와 국회의 활발한 참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여야 여러 의원들로부터 금융감독 체계의 문제점과 개편 방향을 연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보고서를 냈다. 입법조사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 필요성 및 입법과제'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금융)감독정책을 금융정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함께 수행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금융위가 감독정책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독집행기구인 금융감독원에 대해 예산이나 업무수행상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어 금융감독이 금융정책을 견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을 육성하는 금융정책과 건전성·리스크 관리를 하는 금융감독은 근본적으로 목표가 다른 만큼 분리를 해야 한다"며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개정법안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금융위의 업무 중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금융 감독 기능을 금감원에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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