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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재편上] 13년만에 가닥…"정책·감독, 상충"

  • 송고 2021.02.02 14:36 | 수정 2022.10.18 16:34
  • 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시장 활성화 위해 금융산업정책에 치우치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사모펀드 사태 등 부작용 없애기 위해서는 감독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게 해결법"

금융감독체계 분리는 이명박정부 당시 갖춰진 금융위원회 체제가 상충되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각 기관

금융감독체계 분리는 이명박정부 당시 갖춰진 금융위원회 체제가 상충되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각 기관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 분리에 대한 요구가 오래됐다. 정권 교체기에 여야를 상관없이 제기됐다. 학계에서도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의 분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학계에서 윤석헌 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에 앞장섰다. 그의 임기말이다. 차기 정권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실현될지, 3회에 걸쳐 진단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권고에도 10년 넘게 통합돼 왔던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이 분리될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명박정부 당시 통합된 금융감독체계가 문재인정부에서 본격 검토하기로 한 이후로부터도 4년여가 지난 현재, 실제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지난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당시 자문위는 "금융위원회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고 향후 정부조직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 분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분리'를 본격 도입될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체계 분리는 이명박정부 당시 갖춰진 금융위원회 체제가 상충되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금융산업정책은 시장 친화적으로 금융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지만 금융감독은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면서 과도한 시장 활성화를 견제하는 게 주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두 기능이 그동안 동시에 수행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감독기능이 후순위로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외환위기 당시 재발방지 대책 일환으로 권고됐던 IMF의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도 '반짝'에 그쳤다. 2000년대 초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감독기능을 맡고 재경부(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금융산업정책을 담당하던 게 그것이다.


하지만 2008년 MB정부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합친 금융위원회 체제를 만들었다. 금융위가 감독규정 개정 등의 권한을 갖게 되면서 감독기능을 수행하는 금감원은 사실상 하부기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에 치우치면 부작용 등에 대한 견제 역할을 금감원이 해야 하지만, 금융위가 감독권한을 쥐고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독체계 분리에 대한 요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학계에서도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의 분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통합 체제 금융위 출범 당시 경제·금융학자 147명은 금융위원회 신설과 관련해 "정책적 목적을 위해 금융 감독기능이 왜곡되는 관치금융의 폐혜가 심화될 것"이라며 "금융감독 기능은 정부나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되어야 마땅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능 강화와 금융 소비자 보호 기구 마련 등을 골자로 해서 야당 의원을 통한 입법화를 추진한 적도 있다.


전 숭실대 교수 시절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카드 사태나 저축은행 사태,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과 기업 구조조정 역시 금융위에서 감독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성과를 내려다보면 감독이 정책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었다.


그는 "금융위는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하는데 지나치게 디테일한 영역까지 하다보려니 업무량만 늘고 발전은 더디면서 결국 관치로 가게 된다"면서 "과거 개발도상기에는 관료들이 이끌어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하게 해야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를 권고했던 IMF도 2014년 한국의 금융부문평가 결과보고서에서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산업 육성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체계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위가 현재까지 10년간 안착하며 안정된 시스템을 갖춰왔는데 혼란을 감수하며 조직을 분리시키는 것은 부담이라는 반대의견이다. 효율적 기능보다 퇴화에 초점을 잡은 것이다.


이 같은 반대 입장은 대체로 정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직 개편이 현실화하면 금융위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운영된 금융감독위원회 모델로 다시 돌아가고, 기재부는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하면서 권한이 막강해진다는 해석은 조직원과 국민의 상대적 불안감을 자극했다.


분리 체계 본격 논의가 처음 나오던 당시에는 "국정개혁 과제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 아니냐"며 "구성원들은 벌써부터 기재부가 있는 세종시로의 이주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견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분리'를 본격 도입될지 주목된다.ⓒ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분리'를 본격 도입될지 주목된다.ⓒ연합

하지만 잇딴 금융사고에 금융감독체재 개편론은 다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옵티머스펀드 등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감독체재 개편론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 사태가 일부 금융사의 모럴해저드가 부른 사고라지만, 금융당국의 실책이 사고를 키웠고, 현행 금융감독체계 아래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에는 국회입법조사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을 주제로 비대면 유튜브 생중계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의 발제를 맡은 국회입법조사처 이구형 조사관은, 2020년 사모펀드 사태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 ▲금융감독기구의 법적형태 개편(민간조직화)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의 3가지 측면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입법적 과제를 검토하였으며, 검토내용을 종합하여 법률의 개정방안을 제시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금융감독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때라는 의견에 공감대를 보였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금융정책-감독정책, 건전성감독-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여 의견조율/갈등의 외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거시건전성 관리체계의 명시적인 법제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컴플라이언스 조직은 기획조직과 구분하는 것이 실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듯이, 규제를 속성으로 하는 감독정책은 산업육성을 속성으로 하는 금융정책과 구분하는 것이 장점이 더 크므로,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을 분리해서 기재부에 넘기고, 금융감독정책과 집행은 금감원이 공정감독기구로 체계적으로 통합관리하되 장기적으로는 건전성감독과 행위규제감독(소비자 보호 포함)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연세대학교 함준호 교수는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은 보다 포괄적으로 금융안정 목적의 효율적 달성이라는 관점에서 거시건전성 정책 체계와 연계하여 설계될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현행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는 정책의 목적, 정책주체의 구성 및 권한, 책임 등이 불명확하고, 정책수립 및 운영 상의 정치적 중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미흡하며,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감시기능이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으로 긴밀히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시건전성 정책의 조정 및 권고 권한을 보유하는 거시건전성 협의기구를 법제화하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감독관련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정책 수립 및 운영 상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금융위원회 과장은 "보다 생산적인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위해서는 금융정책/감독의 개념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와, 주요국의 금융행정체계 운용현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기했다.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금융 감독체계가 합리적으로 개선되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충분히 보호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체재 개편 움직임은 국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는 금감원 분담금을 부담금으로 보는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이는 금감원이 감사 수수료 명목으로 매년 수천억원을 금융회사로부터 받아왔는데, 앞으로 이 돈을 걷고 쓰는데 기재부와 국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번 법 개정이 금융 감독체계 개편을 앞당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김정우 의원실은 "금감원의 공적 지휘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와도 이번 법률 개정안이 결부될 수 있다"고 발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국정운용 목표는 정부조직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이번 법 개정안 논의가 수면 아래에서만 오고가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본격적으로 끌어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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