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DLF '징계취소' 소송 1심 승소
금감원 "내부통제 제도 개선 여부, 아직 방향 결정 못 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의 감독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올 것인지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법원이 DLF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 등을 징계한 금융감독원의 법리적 약점을 파고들며 무리한 제재를 내린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다른 은행·증권사 CEO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윤 전 원장이 지난 2003년 3월 손 회장에게 내린 '문책 경고'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초 금감원은 지난해 1월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내부 통제 미비 등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DLF 불완전판매가 우리은행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에서 기인했다는 게 이유였다. 구체적으로는 △상품선정위원회 생략 여부 △리스크 관리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및 결과 미비 △투자자 권유 사유 정비 미비 △점검체계 기준 미비 등 5가지의 처분 사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적용을 그르쳤다고 판단했다. 이를 배경으로 문책 경고 등의 제재 조치는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문제는 금감원이 무리하게 CEO 제재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다른 은행·증권사 CEO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의 제재 조치가 위법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 만큼, 감독정책에 대한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란 해석이다.
재판부도 금감원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그리고 관련 고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며 "관련 규정을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정비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혐의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등 3명에게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내린 상태다. 옵티머스 사태 관련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도 내부통제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중징계 불복 소송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 온라인 질의응답을 통해 "판결문 세부 내용을 분석해 향후 사모펀드 관련 제재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판단 기준 등 세부 내용에 대한 면밀히 분석 끝나는 대로 금융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이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손 회장의 제재를 다시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판결문 분석 후 구체적인 처리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향후 내부통제 제도 개선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방향을 결정하지 않았다"며 "다만 정은보 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사전 감독을 통해 미연에 사고 방지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사후적 제재로 균형 있게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 체제로 들어선 금감원의 기조에 어떤 변화가 올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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