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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 머지 사태 '사후약방문'

  • 송고 2021.08.26 10:03 | 수정 2021.08.27 17:13
  • EBN 김채린 기자 (zmf007@ebn.co.kr)


김채린 금융증권부 기자. ⓒEBN

김채린 금융증권부 기자. ⓒEBN

머지플러스의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해 선불전자지급업 등록 기준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사후약방문이 아쉽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후 불어나기 시작한 선불전자지급업의 규모를 감안하면 선제적 체계 점검 등을 통해 머지 사태 발생 전 예방 또는 피해 규모 축소가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머지포인트는 선불전자지급서비스의 일종이다. 선불전자지급서비스는 전자지급서비스의 한 형태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전자금융업자와 금융기관이 전자상거래 또는 개인 간 거래과정 등에서 제공하는 지급 서비스다. 전자지급서비스는 크게 전자지급결제대행, 선불전자지급, 결제대금예치, 전자고지결제 등으로 구분된다.


선불전자지급서비스는 미리 충전한 선불금을 통해 물품대금 지급, 송금 등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선불금을 관리하고 이체를 수행하는 서비스다. 머지플러스의 머지포인트 역시 이 중 하나다. 머지포인트는 무제한 할인 20% 혜택을 통해 100만명의 이용자를 끌어 모았고, 1000억원 규모의 머지 머니를 발행했다. 인기에 힘입어 서비스 출범 당시 3~4개였던 가맹점은 약 2년 새 6만 여개로, 200개 브랜드와 제휴를 맺으면서 광폭 성장했다.


지난해 선불전자지급서비스 이용실적은 일평균 1864만 건에 달한다. 결제 규모로는 4676억원이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6.3%, 59.4%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선불전자지급서비스 이용실적은 꾸준히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1520만 건, 1426억원 △2019년 1752만 건, 2933억원 △2020년 1864만 건, 4787억원 등이다.


선불전자지급사 역시 서비스 인기와 함께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 41개사였던 선불전자지급사는 2019년 55개, 2020년 63개까지 늘어났다.


2018년에서 2020년까지 선불전자지급서비스 이용실적은 235% 불어났고, 선불전자지급사는 53% 증가했다. 선불전자지급사와 선불전자지급서비스 이용 고객 증가에도 불구 금융당국의 촘촘한 감시망은 부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가 선불전자지급업에 해당하지만 수년간 이를 지키지 않고 무허가 영업을 했다는 지적을 내놓으면서도, 현행법상 처벌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2001년 첫 발의 후 5년 만인 2006년 제정됐다. 당시 오케이캐시백 포인트, 항공사 포인트 등이 흥행하면서 금융당국의 관리 및 감독 필요성이 대두됐다.


전자금융거래법 제정 15년뒤인 현재, 머지포인트 등 새로운 형태의 선불전자지급서비스가 등장했다.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에 오래된 법을 적용하려고 하니 머지 사태 등의 잡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금융당국은 선불전자지급업 등록 기준 완화를 통해 머지플러스를 감독 체계 안에 넣으려고 하고, 머지플러스는 요건 미충족으로 대응하며 정부 등록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선례와 마찬가지로 수년의 시간을 거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머지 사태의 봉합은 수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명확한 처벌 및 피해자 보상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그 사이 시간은 흘러 미래의 전자금융거래법을 능가하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금융당국의 진정한 역할에 고심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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