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내부등급법 획득, 인수합병 실탄 마련
종합금융그룹로서의 라인업 완성 속도
동양생명·ABL생명·악사손보 등 거론
우리금융지주가 내부등급법 회득에 성공하며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선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로서 라인업 완성을 위해서 차후 보험사 인수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잠재적 매물로는 외국계 보험사나 사모펀드를 대주주로 둔 회사들이 거론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에 대해 내부등급법 승인을 통보했다. 이는 지난 2019년 1월 우리금융그룹이 지주를 출범한 후 2년 10개월만의 성과다.
내부등급법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으로 파악한 리스크 측정요소를 통해 신용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법이다. 내부등급법 획득은 자체 리스크 역량이 강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승인으로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 실탄이 마련됐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5일 3분기 컨퍼런스콜(IR)에서 "내부등급법이 승인되면 자본규모는 2조원 가량 늘어나고 위험자산 기준 20조원 정도의 여유가 생기는데, 종합금융그룹로서의 라인업 완성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풍부한 실탄을 확보하게 된 만큼 추후 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은행에 치중된 수익구조라는 것이 한계"라면서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은데 이어 완전민영화까지 이뤄지면 우리금융이 비은행권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사, 보험사 M&A 시장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금융의 인수합병 우선순위는 증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실적 IR에서 우리금융측은 "다른 자회사와 시너지가 큰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금융만 증권과 보험 계열사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당장 증권사 인수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우리금융은 우선 보험사 인수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
신한, KB금융지주 등이 알짜 보험사를 미리 선점해 매물로서 가치가 큰 보험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KB금융에 인수된 푸르덴셜생명은 금융지주 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캐시카우 창출로 안정적인 배당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도 실적 기여도 우위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BNP파리바 카디프를 인수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한 점도 우리금융에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NP파리바 카디프는 손보업계에서 시장 영향력이 매우 작은 회사지만 신한금융은 이를 택했다. 손보사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보험업계에선 ABL생명, AIA생명, 메트라이프생명, AXA손보, 롯데손보 등이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세 둔화, 글로벌 본사 현지 상황, 국내 자본규제 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대부분이다.
ABL생명과 AIA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수년전부터 여러차례 매각설이 나오던 회사들이다. 악사손보의 경우 교보생명과 매각이 진행되다가 가격조율 실패로 올해 초 불발된 바 있다.
지난 2019년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롯데손해보험 역시 잠재 매물 중 하나로 꼽힌다. 사모펀드 특성상 회사가치를 키워 적당한 타이밍에 엑시트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통해 비은행 부문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게 손태승 회장의 계획인데 만약 보험사업을 정리하거나 엑시트를 고려 중인 싶은 회사라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M&A 시장의 큰손이 등장한 만큼 매각 관련 물밑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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