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7월 최첨단 신선식품 의왕물류센터 마련
정보기술 시스템 통해 최단기 상품 픽업 동선 확보
이후 근로자 손수 포장·디테일·마무리 살피는 구조
그날 입고상품, 그날 완판원칙…재고 폐기율 제로化
[경기도 의왕=김남희 기자] 식료품 새벽배송은 남녀노소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로 안착했다. 주말 밖에 장 볼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부와 자녀를 데리고 마트에 갈 여건이 안 되는 누군가에게 새벽배송은 장보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준 서비스다. 5060세대까지 새벽배송을 경험하며 그 편리함에 녹아들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출혈경쟁으로 발을 빼는 사업자가 줄줄이 등장하는 반면 새벽배송 창시자인 컬리를 비롯해 쿠팡과 네이버, 코스트코, 이랜드리테일 등 대형 플레이어들은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유지 중이다. 그렇다면 업계 유일하게 새벽배송으로 흑자를 내는 오아시스마켓의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빈틈없이 설계된 온·오프라인의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촘촘하게 설계된 온·오프라인 물류 시스템
지난 17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경기도 의왕에 자리한 오아시스마켓 제2물류센터는 직원 수십 명이 상품을 일일이 담고 포장하는 피킹·패킹(Picking·packing) 작업으로 분주했다. 기존 성남물류센터와 달리 의왕물류센터는 수도권 서부와 충청권의 신선식품 새벽 배송과 연내 입점할 이랜드홀푸드와 KT알파와의 합작사 ‘오아시스알파'와 협업하는 용도로 마련됐다.
지난달 말 마련된 센터에선 양극의 온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센터 밖은 30도가 넘는 폭염더위로 뜨거웠지만 센터 내부는 신선·냉동식품 보존을 위해 영상 5도 안팎에서 영하 18도까지 오가며 남극을 방불케 했다. 근로자 모두 겨울용 점퍼를 입고 있었다.
2층은 신선식품 중심으로, 3층은 비신선·비식품군을 위한 물류센터로 활용되고 있었다. 김수희 법무 부문 이사는 "오아시스마켓 의왕 센터는 남아도는 공간이 없도록 효율성읠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설계했다"면서 "또한 필수적인 화재 예방 설비 위해 센터 내 방화벽 설치에 철저히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은 오아시스마켓 만의 착실한 이익 실현 배경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타 업체 적자 불구 오아시스, 작년 영업이익 57억원 달성
오아시스마켓의 실적을 살펴보자. 오아시스마켓 매출은 2015년 193억원에서 지난해 3570억원으로 7년 만에 18배 이상 뛰었다. 지속적인 흑자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오아시스마켓만의 강점이다. 2020년엔 97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이익 기조를 이어갔다. 1호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가 지난해 매출은 1조5614억원으로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177억원 적자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또다른 경쟁사인 SSG닷컴도 처지가 비슷하다.
SSG닷컴의 올 상반기 영업적자는 66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96억원) 보다 적자 규모가 2배 이상 불었다. 1분기(23%)와 2분기(13%) 모두 거래액이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거래액보다 적자 규모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회의 장'으로 인식 됐던 새벽배송을 하나둘씩 접는 모양새가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쇼핑과 GS리테일 등 일부 대형 유통사들은 올해 새벽배송 중단을 발표하고 당일배송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정비하고 있다. 콜드체인을 갖춘 물류센터 마련을 포함해 초기 투자비를 감수해야 하는 데다, 야간배송기사 인건비(주간의 2배) 등 새벽배송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의 부담이 이유로 지목된다.
규모의 경제에 도달할 때까진 어쩔 수 없이 적자를 감수한다는 게 마켓컬리와 SSG닷컴의 입장이지만 오아시스마켓은 '이익이 나는 사업구조' 설계가 우선인 셈이다.
“의왕 물류센터 업계 최신식 물류센터” 자부
오아시스마켓은 의왕 물류센터가 업계 최신식 물류센터라고 자부한다. 특히 저비용과 고효율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이 곳은 기존 성남 제1물류센터보다 8배 넓은 약 10만㎡(3만평)의 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철제 레일을 층층이 올려 유휴 공간을 최소화해 2만가지 상품을 보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같은 공간에 3000~4000가지 주요 상품들만 직매입해 효과적으로 상품을 적재할 계획이다.
또한 IT 데이터 활용을 통해 자주 판매되는 상품은 저층에, 자주 팔리지 않는 상품은 상층부에 진열해 물건을 찾아 포장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향후 설치될 통로 시스템을 통해 2층과 3층 상품이 신속하게 합포장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센터에선 직원 한명이 15개가량 바구니를 둔 대형카트를 끌고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바구니에 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작업은 식품 신선도 유지를 위해 상온-냉장-냉동 공간 순의 동선으로 이뤄졌다. 직원이 사용 중인 핸드폰에서는 바구니에 넣어야할 제품이 동선 순으로 나열되며 작업자가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상품을 꺼낼 수 있도록 안내되고 있었다.
육류를 위한 냉동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는 점도 성남 센터와는 차별화된 점이다. 냉동 상품 구역은 영하 18도, 육류는 영상 1도, 냉장 상품 구역은 영상 3~5도에서 관리되는 데 그날 입고된 상품은 그날 출고돼 재고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오아시스마켓의 특징이다.
이렇게 피킹된 상품을 직원이 운송 레일에 올리면 별도의 패킹 공간에서 박스 포장 작업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바코드 확인이 이뤄지며 빠뜨린 상품이 없는지 확인 하는 등 검수 작업을 거친다. 이후 냉동·냉장·무게·신선도 등 다양한 특성의 식품을 박스에 켜켜이 쌓아 빠르게 포장하는 노하우는 10년차 패킹 전문 직원의 손길에서 묻어났다.
오아시스마켓 측은 "상품 피킹 동선이 과학적으로 설계되다 보니 한 박스에 대부분의 상품이 한번에 담길 수 있는 시간과 노동량이 타사보다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설비 투자도 실속 여부를 따져 결정했다. CJ대한통운이 최근 경기 군포시에 로봇이 피킹부터 포장, 검수까지 하는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를 선보인 것과는 달리 오아시스마켓은 다른 층으로 물건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자동 레일 등 필수 설비만 갖추는 방식으로 투자비를 아꼈다.
대신 전문 인력을 채용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곳곳에 반영했다. 오전, 오후, 야간 등 3교대로 센터를 순환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일용직 단기 노동자보다 무기 계약직 형태의 직고용을 선택했다.
김수희 이사는 "상품의 효율적인 배치와 이를 직원들에 제대로 알려주는 정보화 시스템 및 직원들의 숙련된 작업 결과가 오아시스 물류 경쟁력의 핵심"이라면서 "이 결과 직원 1인당 하루 평균(8시간) 150박스 이상 피킹포장을 하는 등 자동화된 센터에 비해 업무성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왕 물류센터는 유사한 수준의 자동화 신선 물류센터를 건립하는데 200억원가량이 들어가는 것과 비교해 5분의 1에 불과한 약 40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이처럼 깐깐하고 촘촘한 잣대를 가지고 투자하다보니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기업가치 1조500억원을 평가받으면서 올 상반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대열에서 올랐다.
증권사 “새벽배송 시장, 2023년에 1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
오아시스는 온라인 새벽배송 외에도 오프라인 매장 운영도 공략하고 있다. 2011년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출신 직원들이 모여 직영매장을 운영하면서 탄생한 오아시스마켓 운영 노하우가 반영된 매장으로 코로나 펜데믹인 지난해에만 10여개 매장이 늘어나, 수도권 지역에서만 54개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매장은 일관된 운영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직영운영으로만 이뤄지고 있는데 온라인에서 소진되지 않은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며 재고 폐기율을 제로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식료품 새벽배송 사업은 다양한 운영 노하우가 요구되기 때문에 최근 다수 업체들이 새벽배송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지난 4월 BGF가 운영하는 헬로네이처, 롯데쇼핑의 롯데온이 새벽배송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 GS리테일,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가 새벽배송 서비스 종료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사업 철수와 나머지 기업들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는 새벽배송 시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2018년 5000억원이었던 거래액 규모는 지난해 5조원대로 불어났고 2023년에는 1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성장에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젊은 세대는 물론 온라인 신선식품 구매에 익숙치 않던 5060세대까지 새벽배송을 이용하며 식료품 구매 패턴이 바뀐 게 결정적이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맞벌이 부부 같은 소비자층이 저녁에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다음 달 아침 배송받는 게 일상적인 장보기로 자리 잡은 만큼 새벽배송 시장 자체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 "새벽배송 시장 성장성이 크기 때문에 유통 기업 상당수가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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