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9 | 17
23.3℃
USD$ 1,335.3 -0.6
EUR€ 1,479.6 -5.4
JPY¥ 921.8 7.4
CNH¥ 187.6 -0.0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EBN 칼럼] 스타트업 수익모델

  • 송고 2023.12.06 08:45 | 수정 2023.12.06 08:57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제공=한국사회투자]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제공=한국사회투자]

과거 제조업이나 화학, 철강 등 장치산업이 주류를 이루던 산업화 시대의 수익모델은 매우 간단했다. 제품 또는 상품을 고객에게 팔고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더한 총원가를 제외한 부분이 영업이익이 되는데, 이를 극대화하도록 고민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대규모의 투자가 들어가는 장치산업의 경우 감가상각비와 투자된 금융비용 등 추가로 고려해야 할 항목들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애플, 아마존, 카카오,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 사업을 필두로 다양한 형태의 산업이 주류를 이루면서 수익모델을 수립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과 전략이 필요한 과정이 됐다.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성장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수익모델을 수립하는 것이 좋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수익모델이 존재한다. 단순한 제조원가 기반 수익모델로부터 광고 수익 모델, 구독 수익 모델, 판매수수료 모델, 라이센싱, 소모품 및 서비스 모델 등 다양한 수익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적의 수익모델을 수립하는 것은 스타트업에는 큰 과제이다. 본 기고에서는 스타트업이 수익모델 수립 시 고려해야 할 원칙과 실행 전략을,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모든 수익모델의 기본은 철저한 원가 분석이다. 많은 기업들이 원가 분석을 소홀히 해서 앞에서 팔고 뒤에서 밑지는 장사를 하곤 한다.


원가 분석 시에는 몇 가지 유념할 사항들이 있다. 첫 번째로 고려할 요소는 MOQ(Minumum Order Quantity 최소 주문(생산) 수량)이다. 예를 들어 이 제품은 1만개 기준의 원가가 얼마이다 하는 식으로 정하는 것이다. MOQ가 잘 못 설정되면 원가는 왜곡되고 이는 곧 손실로 직결된다. 같은 가격으로 MOQ보다 적게 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매출원가의 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원가가 급속히 올라가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는 판매 기간이다. 판매 기간을 설정하지 않으면 재고비용과 함께 제품 손상으로 원가가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체육을 만드는 기업이 원가 산정이 되는 MOQ가 10톤이고 유통기한이 1년이라면 이 제품은 무조건 1년 이내에 10톤을 고객에 팔아야 한다. 만약 기간을 넘기게 되면 남는 재고는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제품 불량, 유통 손실, 샘플, 환율, 이자율 등 원가 산정의 추가 고려 요소는 다양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따라 상이하지만, 이런 요소들도 원가 계산에 정확히 산입돼야 한다.


원가 분석 시에는 직접원가 즉 제조나 서비스에 들어가는 직접 경비, 노무비, 재료비와 간접원가 즉 판매관리비를 구분해야 한다. 직접원가는 변동비 성격이라서 판매가 늘수록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간접원가는 고정비 성격이라서 회사가 계속 사업을 하는 동안에는 계속 소모되는 비용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패션 아이템을 유통하는 플랫폼이라고 하면 물건의 사입과 이에 소요되는 물류비, 창고비, 인건비 등이 직접원가에 해당된다. 반면에 플랫폼을 운영하는 서버 사용료, 판매관리를 하는 직원들 인건비, 홍보마케팅비, 제세공과금, 사무실 임차료 등은 간접 경비에 해당한다.


ICT 기업들의 수익모델은 대부분 B2B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IoT나 AI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칩에 넣어서 자동차회사에 납품하는 경우의 수익모델은 단순히 칩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만을 반영할 수는 없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데 들어간 R&D 비용과 제품 수명 주기에 따라 해당기술이 유효한 기간 등을 감안해 추가 개발비를 원가에 반영해야 한다.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공급하는 경우에도 소프트웨어 수명주기에 따른 개발비, 유지보수비, 고객지원 비용들이 모두 반영돼야 한다.


수익모델 산정 시에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는 시장 규모이다. 보통 시장은 핵심시장과 유효시장, 전체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핵심시장은 회사가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이론적으로 100% 시장 점유를 할 수 있는 시장이다. 유효시장은 지리적 또는 고객의 계층 확대로 인해 유사한 사업모델을 가진 경쟁자와 경쟁해야 하는 경쟁시장이다. 전체시장은 우리 회사의 제품, 서비스를 팔 수 있는 모든 시장을 의미한다. 회사가 현재 핵심시장에 들어가는 입장이라고 하면 최대한 수익을 취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핵심시장은 비경쟁 독점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핵심시장이라고 판단하는데 경쟁자가 많다면 이는 고객 타켓팅이 좀 더 정교하게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핵심시장의 고객은 브랜드와 상관없이 우리 제품,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쟁시장인 유효시장으로 들어가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우리와 유사한 제품, 서비스를 가진 다수의 경쟁자보다 유리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마진을 적게 가져가는 방식이나, 대규모의 물량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고객 추천 시 할인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과 연계된 수익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좋다.


플랫폼 서비스의 경우에는 대부분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삼고 있지만 등록된 사용자, 활동 사용자 수, 활동 시간 등을 정교히 분석해서 수익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가정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홈 피트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경우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여 이용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입 고객과 특히 활동 고객 수(MAU)가 의미 있는 숫자로 확대된다면 차라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나 용품 등의 판매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확보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소모품 공급이나 렌털 방식을 주 수익원으로 하는 모델도 고객을 장기간 묶어 둘 수 있는 수익모델 중 하나이다. 취침용, 매장용 등 다양한 기능성 향기 및 IoT 기기를 개발한 회사의 수익모델은 어떤 것이 좋을까? 향기를 발산하는 IoT 기기는 원가나 무상으로 공급하고, 전용 향기 카트리지 소모품이나 IoT 휴대폰 연결기능에 대한 비용 부가 등으로 수익 모델을 삼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아동 교육 플랫폼 기업도 교육 콘텐츠에 대한 유료화보다는 온라인 수업이나 교재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모델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수익모델 수립 시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 요소는 경쟁자이다. 특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 헬스, 돌봄, 요식 등의 분야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기능과 서비스가 우수하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옮겨 다닌다. 그래서 고객 수 몇십만 명을 자랑하기보다는 활동 고객 수나 활동 시간이 매우 중요한 KPI가 된다. 충분한 사용자가 확보된 상황이라면 다양한 부가 서비스나 타 업종 서비스까지 연계하는 전략이 좋다. 쿠팡이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리더가 된 이유는 본업인 쇼핑몰과 연계된 오프라인 고객서비스와 OTT, 배달, 라이브커머스와 같은 부가 서비스를 연계한 수익모델을 잘 구축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채널을 바탕으로 플랫폼에 유입된 고객에 대해 AI 디자인을 모듈별로 과금하는 회사는 서비스 성격상 과금 체계가 공개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당연히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 제시가 중요하겠지만, 같거나 높은 경우 차별화된 고부가 서비스 항목을 자세히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독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설치 시 소액의 과금으로 고객의 가입을 유도하고 구독 형태도 세분화하여 이용 기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수익모델을 잘 수립해도 수립된 수익모델을 계속 유지하다가는 한순간에 사업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수익모델의 실제 수익성을 분석해야 한다. 경쟁자와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다양한 수익모델의 결과를 사전 시뮬레이션해서 수익모델 변경에 반영해야 한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전 세계의 수익모델을 점검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별도의 팀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이다. 항상 시장의 변화와 경쟁자의 동향을 살펴서 즉시로 수익모델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해당 사업 분야의 법 규제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법 규제가 강화 또는 완화됨에 따라 수익모델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즉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수익모델이라도 이를 운영할 수 있는 회사의 역량과 자원을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가 가전 렌털 서비스를 주로 하는 업체가 기존의 사용료 과금을 줄이고 서비스 기준 횟수를 초과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별도 과금을 하는 수익모델을 수립한다고 하면 추가로 들어가는 인력과 자재 등에 대한 비용을 사전에 충분히 예측·반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익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고객이 제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대우받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모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익모델 이용에 따른 할인, 포인트, 리워드, 쿠폰 등 다양한 형태의 고객 보상을 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 ESG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수익모델에서도 고객 참여와 고객 소통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판단된다. 여러 가지로 힘든 사업환경이지만, 똑똑한 수익모델 수립과 실행을 통해 좋은 기업으로 크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되길 기원한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