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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모빌리티 핵심, ‘시간 vs 편안함’의 대립

  • 송고 2024.01.22 02:00 | 수정 2024.01.22 02:00
  • EBN 관리자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택시를 탄 승객에게 기사가 물어본다. ‘빨리 갈 것인가’ 아니면 ‘편안히 갈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부분은 상황에 맞춰 고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때 ‘편안하면서도 빨리’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갈등이 벌어진다. 일반적인 여객 운송사업 형태는 제3자의 운전 노동과 재산(이동 수단)을 이용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도로가 점점 복잡해진다는 점에서 이동 시간이 길어지는 게 요즘이다. 그렇다고 시간 단축을 위해 속도를 높이면 이동 과정에서 흔들림도 많아 상대적으로 탑승객의 편안함은 반감된다. 쉽게 보면 ‘빠름’과 ‘편안함’은 모빌리티 부문에서 은근히 대척점에 서 있다. 동시에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의 비용 갈등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모빌리티 사업자는 도로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만큼 전체 비용에서 시간 비중을 늘리려 하지만 이용자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가운데 운전자를 배제하려는 노력은 빠르게 진행중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상용화 열풍이 한창이다. 예상치 못한 사고도 발생하지만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평가도 쏟아진다. 그런데 로보택시 또한 이동 시간은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이용자가 사용하는 공간은 차별화되지 않아도 시간은 비용에 연동시킬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인간을 로봇으로 대신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에 따른 수익일 뿐 실질적인 운행 수익은 아니다. 그래서 시간 비용을 어떻게든 넣어야 하는데 이때 주목하는 것이 바로 '지능'이다. 지능 수준에 따라 동일한 차종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서로 다를 수 있어서다. 지능이 외부와 활발히 연결되고 데이터 축적이 많을수록 예측력이 높아져 경로 선택이 달라질 수 있고 이때 시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높은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과 현대차가 로봇 운전에 의존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사람을 이동시키는 모빌리티 사업 경쟁을 펼친다고 가정하면 두 회사의 이동 서비스 요금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느냐를 보자는 것이다. AI 수준이 동일하면 시간보다 편안함에 치중한 요금 체계를 만들겠지만 지능 차이로 이동 시간이 다르다면 이때부터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의 선택권은 엄청나게 다양해진다. 최고 수준의 AI를 경차에 넣었을 때와 일반 지능을 대형 고급차에 담았을 때를 비교하면 극명해진다. 똑똑한 지능의 경차는 부산까지 4시간이 걸리되 승차감은 불편하다. 반면 대형 고급차는 이동에 7시간이 걸리지만 넓은 좌석이라 편안하다. 동일 요금일 때 소비자의 선택은 시간과 편안함 사이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다양한 요금 및 이동 수단이 투입되기 마련이다. 이때는 일정 구간까지 똑똑한 지능으로 이동하다 중간에 다른 이동 수단으로 바꿔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여기저기 모빌리티 사업을 얘기하며 미래를 얘기한다. 동시에 얼마 전 막을 내린 2024년 CES 또한 AI가 바꿔 놓을 우리의 미래 이동이 어떻게 달라질지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확한 개념에서 모빌리티(이동) 사업은 이미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교통 사업과 같은 개념이다. 그래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들어오려면 새로운 이동 방식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동 사업자 간 그저 영역 경쟁일 뿐이다. 결국 로보택시 시대를 대비해서라도 현재 운용되는 여러 이동 서비스에서 시간의 개념은 보다 확대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도로는 시도 때도 없이 정체되는 일이 일상으로 자리잡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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