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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한국사회투자 ‘스타트업 경영 관리’

  • 송고 2024.03.07 11:10 | 수정 2024.03.07 11:11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제공=한국사회투자]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제공=한국사회투자]

스타트업 대표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제품서비스 개발로, 직원 관리로, 고객 불만 대응으로, 투자자 미팅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사업 초기에는 대표가 모든 것을 하지만 점차 대표 혼자 이끌어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렇다고 인력을 넉넉하게 뽑아서 유지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대표는 회사 운영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신중하게 의사결정해야 한다. 본인이 제일 자신있고 잘 할 수 있는 경영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표가 맡지 않은 업무들은 직원을 채용하거나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돈 버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한다. 연구개발을 통해서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영업/마케팅을 통해서 고객과 시장을 확보한다. 고객 사용경험을 모니터링하거나 불만을 처리하는 CS(고객만족)활동도 수익 활동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회사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이 증가하여 돈 버는 사업모델이 안착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제부터는 돈을 버는 활동뿐 아니라 번 돈을 지키고 잃지 않는 활동도 동시에 해야 한다.


재무·세무·인사·노무·특허·법률과 같은 경영활동은 돈을 지키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스타트업은 시장의 문제를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한 솔루션으로 해결한다. 이런 특성으로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나 개발 경험을 가진 창업자들이 많다. 그래서 돈을 버는 모델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번 돈을 지키는 경영 능력은 더욱 취약하다. 애써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지도 못하고 경쟁자에 뺏기기도 한다. 재무제표 작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투자 시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인사, 노무 문제로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한다.


이번 기고에서는 돈을 지키는 활동 중 가장 중요한 재무관리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돈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대표는 우선적으로 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와 엔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문을 닫았다. 왜 문을 닫았을까? 이 시기 많은 창업자가 돈 버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음에도 돈을 지키는 것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비상상황에서는 돈을 버는 것보다 번 돈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은 창출된 수익으로 성장하기 보다는 투자금 유치로 성장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안정적 영업이익을 내는 파이프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자금 공급 중단은 곧 사형선고이다. 투자나 융자와 같은 자금조달이 없다면 회사는 급속히 어려워진다. 한 번 현금흐름이 꼬이게 되면 연쇄적인 자금경색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운영비로 돈을 쓰는 것을 캐시 버닝(Cash buring) 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현금을 태우면서 추운 데스밸리를 지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사업 경험이 일천한 대표가 처음부터 영업이익을 내는 우수한 수익모델을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운영비에 쪼들리기 이전에 수입/지출 구조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기업 운영의 기초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금흐름과 손익이다. 현금흐름은 실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말한다. 즉 월말의 현금은 월초 현금에다가 월중 현금 입금을 더하고 출금을 빼면 된다. 현금흐름표는 월별로 상세하게 작성해서 관리해야 한다. 또한 4/4분기 경에는 익년도 월 현금흐름을 예상해서 예상 현금흐름표를 만드는 것이 좋다. 매월 예측된 현금흐름과 실제 현금흐름을 기록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관리하게 되면 돈이 필요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원재료 구입, 인건비, 경비와 같은 변동비는 물론이고 임차료, 홍보, 마케팅, 대출원리금과 같은 고정비 파악도 용이하다. 또 매출, 정부보조금, 투자금, 대출과 같은 현금 유입요소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다. 현금흐름표를 잘 작성하게 되면 투자유치, 채용, 시설투자 등 굵직한 자금 소요 시기를 정하고 자금조달 전략을 수립하기 용이하다.


한편 손익계산서는 회사가 얼마만큼 돈을 벌었고 벌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각 사업 부문별, 제품서비스별, 지역별로 손익을 예상할 수 있다. 손익계산은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작성되어야 한다. 또한 손익계산 시 여러 가지 예상할 수 있는 요소를 정확히 반영해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최소 판매량, 재고 소진 기간, 최대 재고량, 불량률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예상 손익은 이러한 요소를 최대한 반영해야 정확도가 올라간다. 예상 손익에 따라 판매가 시작되어도 수시로 실제 손익계산서가 작성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재무에 관련된 업무를 세무사나 회계사에게 맡기고 있다. 회계장부 기장은 맡길 수 있겠지만, 재무제표의 항목과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코스닥 상장은 먼 미래 일이라고 재무제표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왕왕 본다.


하지만 재무제표는 대출, 투자, 보증, 정부 지원 등 자금조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재무제표는 특히 금융권 차입 심사 시 회사의 수익성, 재무 건전성을 산정하는 평가지표의 근간이 된다.


시드 투자를 주로 하는 초기 투자자의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보다는 기술력, 인력 구성, 사업모델, 시장규모와 같은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 판단을 한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투자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재무제표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과거 재무제표와 함께 향후 3~5년 예상 재무제표 작성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예상 영업이익과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성과지표(KPI)도 논리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영업이익은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 없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제대로 작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 초기 대충 작성한 재무제표가 나중에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가 있다.


자산에 관련된 항목도 평소에 제대로 관리가 되어야 한다. 공들여 개발한 플랫폼과 기술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아 회사 가치 측면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자산 인식과 함께 상각, 자본적지출도 정확히 반영되어야 한다. 주임종 채무나 대표의 가수금과 같은 요소는 투자 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실제보다 축소된 부채나 과도하게 계상된 자산도 문제 요소이다. 과도한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재고자산 등도 투자 실사 시 단골로 제기되는 문제 항목이다.


많은 단기대여금은 자칫 대표가 회사의 자금을 유용한다는 의심을 품게 되기도 한다. 자금 사정이 급박한 회사에 대표가 넣은 돈은 보통 가수금으로 표기된다. 하지만 장기 가수금은 대표가 주식 발행으로 지분율을 높이고자 하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피치 못해 가수금을 설정하더라도 계약서를 작성하고 단기간에 해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도한 개발비의 자산화도 이익을 뻥튀기하고 자본 잠식을 해결하려는 목적이 아닌지 의심될 수 있다.


재고자산의 과대 계상은 자산의 회전율이 낮아지므로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초기 스타트업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지만 연차수당이나 퇴직급여 충당금을 반영치 않는 경우도 있다. 한 스타트업은 정부 보조금에 대한 회계처리를 잘못해 세금 추가 납부로 인해 기업가치 산정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은 정부 지원 자금을 매출액으로 잘못 계상해서 매출액을 부풀렸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는 만능 슈퍼맨이 아니다. 그래서 회사의 규모가 커질 수록 많은 부분을 과감히 내∙외부 전문가에게 위탁해야 한다. 대표는 본인이 제일 잘하고 회사 성장에 도움 되는 부문을 맡는 것이 좋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돈에 대한 관리는 직접 하는 것이 좋다. 돈이 돌지 않으면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 돈의 흐름과 관리를 최고재무책임자(CFO)나 외부 전문가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회사 경영의 핵심 요소인 재무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회사는 지속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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