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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한국사회투자 밸류체인 전략

  • 송고 2024.08.08 14:21 | 수정 2024.08.08 14:24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이종익 한사투 대표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한국사회투자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한국사회투자

제품 및 서비스가 생산돼 고객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전체 과정을 '밸류체인(가치사슬 Value Chain)'이라고 한다.


이는 업종 또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연구개발(R&D), 생산, 판매, 유통, 사후 관리(AS) 등의 단계로 구성된다. 각 단계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에 '밸류체인'으로 불리며 스타트업이 해당 사슬 내에서 어떤 역할(포지셔닝)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경영적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사업 전략, 수익모델, 목표 시장, 고객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받으므로 현명한 밸류체인 전략은 초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티메프 사태는 밸류체인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사례이다. 사태 발생 원인은 곧 밝혀지겠지만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간단한 플랫폼으로 여겨졌던 e커머스 밸류체인이 실제로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로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판매자의 채권을 할인해 거래하는 기업,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기업, 제품을 모아 위탁 판매하는 기업 등 여러 가지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직접적, 간접적 피해 규모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밸류체인의 모든 기능을 직접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밸류체인 내에서의 포지셔닝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매력적인 제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해당 밸류체인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사업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회사가 속한 밸류체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회사의 존망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밸류체인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고의 전환 1 : 밸류체인을 만들거나 변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밸류체인에서는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혹은 비어 있거나 약한 부분을 찾아 이를 강화하는 것도 성공 확률을 높일 방법이다. 배달의민족(배민)은 기존 밸류체인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배달 정보를 체계적으로 취합·분석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기존 밸류체인에 빈틈이 안 보인다면 아예 새롭게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방법도 유효하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산업의 밸류체인과 구별된 밸류체인을 구축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새로운 밸류체인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고의 전환 2 : 모든 것은 아웃소싱 할 수 있다


기업의 모든 것을 아웃소싱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자본력이 막강한 기업이라 해도 모든 사업 영역을 직접 관리하거나,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현대의 사업 모델에서는 협력과 아웃소싱이 잠재적 위험을 예방하고, 비용 대비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어 핵심 전략으로 여겨진다. 인텔,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삼성전자, TSMC와 같은 협력사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며, 삼성전자 역시 원익 IPS, 동진쎄미켐과 같은 협력업체와 전략적 협업이 필수적이다.


기업 기능의 대부분을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1인 기업도 가능한 시대이다. 스타트업에 있어 아웃소싱과 협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사업 모델에 따라 어떤 영역을,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아웃소싱 할지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R&D, 디자인, 마케팅 역량만을 보유하고도 세계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을 지배하는 애플은 대표적인 아웃소싱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사고의 전환 3 : 협업 기반 사업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협업 기반의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기술 중심의 회사인 경우가 많아, 협력과 협업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으나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회사의 노하우나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와 시장 경쟁력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토스의 사례는 협업 기반 사업 모델의 중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토스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크게 성장했다. 기존 금융 대기업들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젊은 금융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엮어내는 역량은 토스가 한 수 위였다.


사고의 전환 4 : 고객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고객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을 직접 만들고, 회사는 이를 제공하는 것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야놀자는 이와 같은 역발상을 통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기업이다. 고객이 서비스를 정의하고,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고객 경험과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했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고객 평가 기반의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고도화시켰다.


고객 역할, 협력 기반 사업모델, 아웃소싱, 밸류체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다면, 이제 우리 회사의 밸류체인 전략을 수립할 차례이다. 전략은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모든 방법을 포함하며, 방법, 시기, 장소 등의 의사결정에서 차별화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밸류체인 전략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단계를 통해서 회사의 밸류체인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밸류체인 전략 수립>


① 밸류체인 내 핵심역량 재정의


밸류체인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기업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밸류체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밸류체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킨 사례다. 독립적인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디지털화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반면 쿠팡은 기존 밸류체인에서 틈새를 찾아 성공한 경우다. G마켓, 옥션 같은 사업자 간 경쟁이 심하던 e커머스 시장 후발주자로 출발한 쿠팡은 밸류체인의 약한 고리를 집중 공략했다. 고객의 중요 니즈인 빠른 배송을 충족시키기 위해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확보, 배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로켓배송 서비스로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다. 또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상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고객의 반품 및 클레임을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그 결과 2023년 e커머스 시장에서 24% 이상의 점유율로 1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스타트업들은 기술 자체보다는 핵심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밸류체인 전략이 더 중요하다. AI기술은 시스템통합(SI) 사업자나 데이터베이스 처리 사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땡스카본이라는 스타트업은 농업분야 탄소배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논물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회사도 위성데이타를 AI 기술을 적용해서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지만 회사는 기존 농산업 유통 밸류체인을 파고들어 성공방정식을 만들었다.


② 고객 주도 사업 모델


고객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돈을 지급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발전하면서 UI/UX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 역할이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이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고객이 직접 만든 제품과 서비스는 높은 만족도와 충성도를 이끌어 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앞으로의 스타트업은 고객 주도 사업 모델을 잘 만들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배민은 고객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앱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자, 음식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사업모델에 반영했다. 이를 통해 위치 기반 쿠폰 제공, 리뷰 시스템, 배달 라이더스, 배민 상회 등의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야놀자 역시 사업 초기부터 숙박업소의 의견을 서비스에 적극 반영했다. 기존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던 예약 관리, 객실 관리, 고객 관리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는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구현하여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③ 파트너십 및 아웃소싱 체계 수립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강력한 사업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웃소싱을 통해 업무를 위탁하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핵심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도 존재하므로 신중한 판단과 전략이 필요하다. 협력을 통해 부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거나 유통 채널을 확장할 수 있지만, 회사의 노하우, 기술, 인력 등이 유출될 위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토스는 금융기관을 목표로 하는 금융 스타트업으로, 기존 금융 회사들과 과감한 협업을 통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토스는 보수적인 한국 금융시장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기존의 금융 밸류체인에서 고객의 니즈가 잘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결과이다. 특히 송금 서비스는 가장 많이 이용되는 금융 서비스 중 하나이지만, 금융기관에서는 수익성이 낮아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토스는 이 문제에 집중하여 간편 송금 서비스를 출시하여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며,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토스는 다양한 금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을 락인(Lock-in) 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대규모 고객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토스 뱅크를 출범시켜 기존의 금융 밸류체인을 혁신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사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토스의 UI/UX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간편 송금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간편결제, 보험상품 비교 가입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했기 때문이다.


클래스 101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 사례이다. 취미 분야의 클래스를 만들고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하여, 강사들과의 수익 공유 모델을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강사들은 클래스의 판매 수익은 물론 광고 수익, 로열티까지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탄탄한 파트너십을 통해서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B2B 협업을 진행하며, 밸류체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④ 디지털 기반 운영 모델 구축


밸류체인 전략의 핵심 도구는 디지털 기술이다. 위에서 성공 사례로 든 모든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발 앞선 밸류체인 전략을 구사하였다. 야놀자는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으로 고객의 피드백을 신속히 반영하였다. 직방은 실시간으로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3D 투어 등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배민은 고객 위치를 기반으로 고객 취향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이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늘의 집은 3D 인테리어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미리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전자책 분야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리디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시간, 장소, 플랫폼에 상관없이 이용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다양한 포맷에 호환성을 제공하고, 사용기기 동기화와 함께독자들 간 공유까지 가능하도록 확장성을 제공한다. 전원, 온도, 풍속 등을 제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씨드앤은 AI 센서를 통해 냉난방 공조 기기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여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밸류체인 내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밸류체인은 쉽게 구축할 수 있지만, 참여하는 이해관계자가 늘지 않는다면 해당 밸류체인은 기업의 몰락과 운명을 함께 할 수 있다. 폭염과 함께 갑자기 찾아 미국발 경기 침체 신호는 가뜩이나 힘든 스타트업에게는 또 하나의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 참여자들, 즉 고객, 사용자, 협력 파트너와의 연결이 중요하다. 험한 산들을 힘들게 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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