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깜짝 입찰자'로 인수전 등판…예비입찰 사모펀드 2곳도 참여
예보공사 우협대상자 선정…"계약 이행능력 검토, 우량자산 선별매각"
금융당국 "단기차익에 집중하는 사모펀드보다 금융지주 인수를 선호"
시장 "메리츠, 금융지주로서 시장 재편하면서 당국에 긍정적 이미지"
메리츠화재가 보험사 인수전에 등판했다. 이번엔 부실금융기관 MG손해보험 인수전에 출사표를 냈다. 메리츠의 보험사 인수전 참전은 한화그룹 가문의 '제일화재' 인수에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뛰어들었던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돈 되는 알짜 사업에만 관심을 갖는 한편 과감한 혁신으로 보험업계 내 '이단아'로 불린 메리츠가 MG손보 인수대결에 완주를 하게 될지 시선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인수전에 뛰어든 진정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구심도 내놓는다.
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전 '깜짝 입찰자'로 참여
9일 보험업계와 예금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전날 오후 3시 재입찰을 마감한 결과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앞선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두 곳도 다시 인수 의향서를 냈다. 이에 따라 MG손보 인수전은 3파전으로 진행되게 됐다. 메리츠화재는 이번 인수전 후보군으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가 '깜짝 입찰자'로 인수전에 등판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도전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편으로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를 조용히 주시해오며 인수 관련 자료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 스스로가 자본 여력이 충분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다른 보험사도 운영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보험사 인수를 살펴본 적이 있다"면서도 "MG손보 상황이 좋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의 인수전은 좀 더 두고 봐야 할거 같다"고 진단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상장사인 만큼 조만간 있을 입장 표명을 더 들어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메리츠, 잉여 자본 활용하는 방안으로 타보험사도 운영 검토
메리츠화재의 인수 출사표는 16년 만에 있는 일로 보수적인 보험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8년 4월 업계 5위였던 메리츠화재는 6~7위 수준의 제일화재(현 한화손보)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면서 도전적인 외형 성장을 감행했다. 당시 제일화재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이었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제일화재 김영혜 의장에게 그의 지분 20.68%를 매수하겠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보내면서 제일화재에 대한 적대적 M&A를 공식 선언해 보험업계 첫 적대적 M&A 시도 사례가 됐다.
적대적 M&A이란 기업소유지분의 인수·합병 가운데 기존 대주주의 협의 없이 이루어지는 기업지배권 탈취를 말한다. 매수자와 피매수기업 간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우호적 M&A와는 달리 피매수측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M&A 이다.
당시에도 메리츠화재의 M&A 출사표는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만년 5위 손보사인 메리츠화재의 외형 성장에 대한 강력한 도전으로 해석됐다.
만년 5위 손보사 메리츠, 16년전 제일화재 적대적 인수 시도
이같은 메리츠화재의 도전은 '제일화재 M&A'를 둘러싼 한진 가문(家門)과 한화그룹 가문 사이에 전면전으로 확전됐다. 한진 가문의 4남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측이 제일화재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자 한화그룹이 제일화재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방어전에 본격 뛰어 들어서다.
이후 한화그룹은 제일화재의 우호지분을 사들여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과 통합시키겠다는 구상으로 인수전에 적극 대응했다. 메리츠화재 측은 "제일화재 인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맞붙을 놨지만 한화그룹은 제일화재 지분 매집에 한화건설 등 비상장 계열사 5곳을 동원해 누나 회사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고 결국 한화손보와 제일화재를 합병하는 데 성공해 지금의 한화손보로 자리매김했다.
제일화재 인수를 둘러싼 한진그룹과 한화그룹 간 인수 전쟁은 결국 한화그룹의 승리로 끝났지만 보험업계 내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외형 성장 방안과 알짜 경영 향방을 주시해 왔다.
특히 메리츠화재의 주주친화 경영과 실리 중심의 경영이 지난 10년간 주목 받으면서 보험업계 대형사들도 이를 견제하고 벤치마킹하면서 동반 성장해왔다.
메리츠화재의 제일화재 인수 실패는 향후 '시장 흔들기'와 함께 경영 혁신 드라이브로 선회하는 트리거가 됐다.
인수 실패 후 메리츠, 기업 가치 끌어올리기 올인…대형사 대열로
메리츠는 기업 가치 자체 개선에 경영 자원을 올인하는 전략을 쓴다. 특히 2011년 1세대 채권운용 전문가인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을 영입하면서 최희문 메라츠증권 부회장과 함께 중소형증권사였던 메리츠증권와 메리츠화재를 업계 상위권 회사로 끌어올리는 등 13년간 증권업과 손해보험업에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메리츠금융지주 또한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33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 이익을 달성했다. 압도적 비은행 금융지주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을 넘어 4대 은행 금융지주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현재 메리츠금융지주 시총은 15조원대로, 4위 금융지주 하나금융(시총 17조원대)을 바짝 뒤쫓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알짜사업과 실리주의로 집약 경영된 메리츠화재(금융)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 인수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참여할 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메리츠화재가 단순히 MG손보의 알짜 자산에만 관심이 있는지, 메리츠금융지주로서 외형 성장에 더해 대형금융지주로서 시장 재편에 까지 염두하고 있는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자산 가치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MG손보의 낮은 자본력이 걸림돌로 꼽힌다. MG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은 76.9%에 그친다.
예보, 자산부채이전 방식 제시…메리츠, 알짜자산만 인수 가능
당국으로부터 매각 작업을 위탁받은 예금보험공사는 인수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식매각(M&A) 외에 우량 자산 및 부채를 선별적으로 넘기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P&A방식을 택하면 부실자산을 모두 끌어안지 않아도 된다. 다만 JC파트너스가 가진 지분 가치가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메리츠화재가 알짜 자산만을 골라 인수하겠다는 입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예보와 메리츠화재 간의 이해관계 및 협상이 맞아 떨어지면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보고 있다. MG손보 가격이 3000억원으로 거론되지만 시장은 MG손보 정상화를 위해 약 1조 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난도 높은 경영이라고 관측하고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보가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는 체질을 갖췄는지에 매각 성패가 달렸겠지만 경영 혁신 성공을 경험해본 메리츠화재로선 MG손보의 우량 자산을 리밸런싱하는 것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메리츠, 어엿한 금융지주로 시장재편 역할 기대…금융당국에 ‘긍정적인 이미지’ 가능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오랜 출혈경쟁을 경험한 메리츠화재가 이번엔 보험 자산 인수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기회를 모색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부에서는 "손보업계 절대강자 삼성화재(1조8184억원)에 다가가는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 1조5670억원을 기록했다"면서 "현재로선 남부럽지 않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구축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는 외형·수익성 동반 성장을 자신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풀이했다.
금융당국도 사모펀드보다 금융지주의 인수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 차익에 집중하는 사모펀드보다 금융지주에 MG손보가 인수되면 관리감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에서는 "메리츠가 MG손보를 인수하면 수익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는 적겠지만 어엿한 금융지주로서의 시장 재편 역할을 하면서 금융당국에 긍정적인 이미지의 금융지주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