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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이 대한민국에 던진 아젠다는

  • 송고 2015.01.09 09:03 | 수정 2015.01.09 16:51
  • 이대준 기자 (ppoki99@ebn.co.kr)

ⓒ

지난달 5일 발생한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온 나라가 한 달째 떠들썩하다. 하나의 사건이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국민들과 여론의 이목을 끄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벌 오너 3세의 부도덕한 행동 하나가 어쩌다가 이토록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을까.

속히 ‘갑질’ 행태는 비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갑을 관계에 대한 불합리했던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퍼스트 클래스를 타볼 엄두도 못 낸다. 예를 들어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이 약 1천300만원에 이르니 월급쟁이 서민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접할 수 있는 최고급 프리미엄 서비스인 셈이다. 그 속에서 땅콩을 봉지째 서비스했다는 것을 문제시해서 혼냈다는 말에 국민들은 그저 황당했다. 더 달라고 했는데 안줬으면 모를까, 봉지째 준 것이 무슨 큰 잘못이냐고 생각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항공기를 다시 탑승구에 붙여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는 것에 국민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오너 3세라는 이유로 월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관련 기사들이 일제히 보도되면서 조현아, 대한항공 등의 검색어는 포털 사이트에서 한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마녀사냥’은 시작됐다. 개인의 모든 치부가 파헤쳐졌다. 원정출산 논란 등 과거 일들을 포함해 각종 패러디까지 다양하고 방대하다. 동생인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도 한 묶음이 돼 파렴치한 오너 3세로 낙인찍혔다. 조 전무는 직원들에게 보낸 사과문과 언니에게 보낸 복수 문자 등으로 큰 곤혹을 치렀다. 결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7일 구속 기소됐다. 이제 법원의 재판 결과를 지켜볼 일만 남았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한 개인의 잘못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사안이 그 만큼 중요하고 커졌다. 대한민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언제까지 조현아 죽이기에 온 나라가 매달려야 있어야 한단 말인가.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군중심리에 따른 쏠림현상을 자제해야 한다. 개인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다만, 무분별한 막무가내식 돌팔매는 지양해야 한다. 국민 스스로가 합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요즈음 같은 분위기에서는 술자리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두둔하는 말을 하면 자칫 몰매 맞기 십상이다. 조현아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보다 더 악질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대기업 재벌들의 오너들에 대한 윤리적인 잣대가 높아진 만큼 오너 일가는 더욱 자세를 낮춰야 할 것이다. 최대주주라고 해도 개인이 개업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직원들도 오너가 함부로 할 수 있는 노예나 머슴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기관과 기업들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 국토부 김모 조사관이 관여하면서 대한항공 여모 상무와 함께 구속 기소된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협조와 협력이 유착으로 빗나가서는 안 된다.

대한항공 혹은 한진그룹이라는 기업 입장에서도 자성이 필요하다. 경직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해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조양호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바꿀 것을 약속했다.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직원 모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일부 직원들은 이번 일로 회사가 잠시 힘들어졌지만, 진정한 열린 소통이 가능해진다면 장기적으로는 잘 된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조 전 부사장으로 야기된 아젠다(agenda)에 대해 발전적인 고민을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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