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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biz] <10> 정식품, 두유시장 열었지만 2세경영 성적표는 '글쎄'

  • 송고 2016.01.12 15:32 | 수정 2016.01.12 15:56
  • 이광표 기자 (pyo@ebn.co.kr)

99세 맞은 '콩전도사' 정재원 명예회장, 의사에서 기업가로 도전의 한 세기

2세 정성수 회장, 변화 외면 속 주력 성장동력 못찾아...3세 승계도 '깜깜'

ⓒ

"10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일이 많아서 못간다고 전해라~."

요즘 유행하는 노래 '백세인생'의 본보기를 몸소 실천하는 기업가가 있다. 바로 콩 연구에 일생을 바쳐온 정식품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이다. 그는 100세를 1년 앞둔 국내 최고령·최장수 기업인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소아과 의사였던 그는 모유나 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죽어가는 신생아를 살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두유를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에게 콩은 곧 인생이었다. 그가 '콩 전도사'로 불리는 이유다.

◆의사의 신념으로 국내 최초 '두유'를 만들다
한 세기를 보낸 정 명예회장에게 늘 도전하는 인생이었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그는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왔다.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그는 대중목욕탕 심부름꾼부터 모자가게 점원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러던중 우연히 의학강습소의 급사 자리를 얻어 독학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의대에 다니지 않아도 시험만으로도 의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던 터라 주경야독으로 의사고시에 2년간 꼬박 매달린 끝에 그는 20세에 의사고시에 합격했다.

정성수 회장. ⓒ정식품

정성수 회장. ⓒ정식품

당시 국내에선 최연소 의사였고 1937년 서울 성모병원의 의사가 됐다. 평범하게 병원생활을 보내던 그는 콩 연구에 매진하게 된 운명적 계기를 만난다. 뼈가 앙상하고 배만 볼록 솟은 갓난아기 환자를 병원에서 만난 것.

"제발 살려달라"는 아이 엄마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끝내 세상을 떠났고 이후에도 복부 팽만으로 병원을 찾은 신생아들이 설사만 하다가 하늘나라로 가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됐다. 그때 평범한 의사였던 정 명예회장은 아이들을 꼭 고쳐낼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그리고 43세가 되던 해에 그는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아내와 6남매가 있었고 의사로서 안정된 삶도 보장됐지만 아이들을 살려낼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신념 하나로 유학을 선택했던 것.

그리고 유학 도중 도서관에서 소아과 교재를 읽다가 ‘유당불내증’이라고 소개된 대목을 접하게 됐다. 아이들의 원인 모를 사인의 해법을 풀 실마리를 찾았다. 유당불내증은 우유나 모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당시 이 증상을 가진 신생아는 모유나 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죽고 말았다.

정 명예회장은 '우유 대용식'을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어린시절 모친이 끓여줬던 콩국을 떠올렸다. 그는 곧장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명동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며 아내와 함께 우유 대용식 개발에 매진했다.

아내가 콩을 맷돌로 갈아 콩국을 만들면 그는 콩국의 영양이 충분한지 분석했고 그렇게 3년을 연구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끝에 '두유'를 개발했다. 바로 국내 최초 두유였다.

떨리는 마음에 설사병에 걸린 신생아들에게 두유를 줬고, 병상의 누워있던 아이들은 눈을 뜨면서 기력을 회복했다. 콩에는 필수영양소(단백질 40%, 탄수화물 35%, 지방 20%)가 들어 있지만 유당은 들어 있지 않아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의 인생을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소아과에 환자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두유 공급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1973년 '정식품'이라는 회사를 세워 두유의 대량 생산에 나섰다. 콩국이 식물성 우유라는 점에서 착안해 식물(vegetable)과 우유(milk)의 영문명을 합쳐 ‘베지밀’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당시

56세였던 그가 기업가로서 제2의 도전에 나서게 된 순간이었다. 그가 사명감을 갖고 만든 베지밀은 지금도 두유업계 부동의 1위를 달리며 정식품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인류 건강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고저'를 정식품의 창업이념으로 삼은 그는 지난 2010년 2세인 정성수 회장에게 가업을 물려줬다.

◆3세 승계 발판 관계사 '오쎄' 실적 부진 '골칫거리'로

정성수 회장. ⓒ정식품

정성수 회장. ⓒ정식품

그러나 정식품의 2세경영 체제는 부침이 크다. 창업주인 정재원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정성수 정식품 회장은 각종 악재로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식품은 지난해까지 오너3세 관계사 '오쎄'의 유동성 불안, 매출 부진 등 각종 악재를 겪었다.

우선 정성수 회장의 장남 정연호 씨가 지난 2014년 4월, 부사장으로 취임한 정식품의 관계사 '오쎄'는 지난해 경영부진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오쎄는 화장품제조, 온라인쇼핑몰, 광고대행을 하는 정식품의 관계사로, 정식품 오너일가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지난 1984년에 설립한 회사다. 이에 본업인 두유사업이 주춤한 상황에서 사업다각화마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쎄는 외감법인이어서 지난해 구체적인 자본총계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오쎄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기위해 2013년도까지는 자산과 실적현황을 중소기업청에 제공했다. 이에 따르면 2011년 2억5000만원이던 오쎄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3억6000만원, 2013년 -6억7000만원으로 연이은 적자를 기록했다.

오쎄 주주는 정식품 오너인 정성수 회장과 자녀들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정식품 38.7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오쎄가 정식품 계열사가 아닌 관계사로 분류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정성수 회장이 장남 정연호 씨에게 경영승계를 위한 한 방편으로 정연호 씨를 오쎄 부사장 자리에 앉힌 등 꼼수 승계 논란까지 불거졌다. 정식품은 일감 몰아주기 우려에도 경영실적이 신통치 않다. 이 때문에 3세 승계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력 '베지밀' 외 성장동력 찾기 난항...현실 안주 탓?
이처럼 사업다각화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식품은 매출도 계속 뒷걸음치고 있다. 주력 상품인 '베지밀'의 매출이 급감하고 반전을 노린 신제품도 줄줄이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두유시장의 침체현상 탓도 있지만 두유시장 1위에 안주한채 미래형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연구개발과 혁신도 등한시하는 세 경영진의 경영난맥상도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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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식품은 2014년 매출 1722억원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 이같은 마이너스 성장세는 지난해에도 예외가 아니다. 정 회장은 정식품 수장에 오른 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글로벌 진출에도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식품은 여전히 40%대이 점유율을 기록하며 두유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삼육식품,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후발 경쟁사의 불도저식 공세로 입지가 좁아졌다.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의 잇따른 고배도 문제였다. 정식품은 위기감이 높아지며 녹차와 과즙을 넣은 두유에 이어 우유를 함유한 두유 제품까지 출격시켰지만 효과는 미미했던 것.

업계에서는 정식품이 위기에 내몰린 이유로 시장 1위 자리에 안주한 게 가장 큰 패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73년 출시된 베지밀은 올해로 42주년을 맞았지만 오랜 기간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잡은 게 오히려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식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정식품은 단일 제품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닦은 흔치 않은 장수 기업이지만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 보수적 기업문화가 오히려 위기를 불러온 것 같다"며 "창업이념과 시장 트랜드 대응 사이에서 사업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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