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RM 프리 IPO 과정서 지분 인수 가능성
SK하이닉스 등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 구성 전망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방한 중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포괄적 협의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다만 이번 회동에서 삼성과 영국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 간의 전략적 협의의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전날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석한 가운데 면담했다.면담 후에는 만찬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앞서 2013년과 2014년, 2019년 한국을 찾았을 때 이 부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삼성과 ARM의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초 일각에서 예상했던 ARM 지분 매각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1일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손 회장의 방한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의 회동 내용과 삼성과 ARM 간 협력 방안 등에 주목해 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방한에 앞서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오는데,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IT 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각각 지분 75%, 25%를 보유하고 있다.
ARM이 AP 설계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를 차별 없이 전 세계 기업에 공급하면서 현재 모바일 기기의 95%가 이 회사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ARM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당시 주가 기준으로 400억달러(약 47조8000억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영국을 비롯한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올해 초 결국 무산됐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 대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 승인이나 인수 자금 등을 고려할 때 삼성이 단독으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인수 무산 사례처럼 독과점을 우려하는 각국 규제당국의 인수합병(M&A) 승인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ARM의 몸값이 최대 80조∼100조원에 달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상장시 프리 IPO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인수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거나,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