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 권고해도 체감물가에는 영향 없어
외식물가 상승률 10%…인상요인까지 수두룩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업계에 가격인하를 권고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식품업계에 대한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의 가격 인상 억제 정책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조이다. 시장에서는 일부 제품가격 인하 정책은 기업 부담만 가중시킬 뿐 소비자 체감 물가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추경호 부총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비 지나치게 오른 식품 물가는 적정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7월 중 2% 대로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식품 업계도 그동안의 가격 상승분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콕 짚은 곳은 라면업계다. 추 부총리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라면 업계가 지난해 말 제품 가격을 많이 올렸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1년 전 대비 약 50% 내린 만큼 라면 가격을 다시 적정하게 내려야 한다"며 "1년 새 10% 넘게 오른 라면값을 기업들이 적정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업계는 하반기 정부의 경제 정책이 물가 안정 기조로 맞춰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추 부총리가 라면을 지목한 이유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른 식품군도 얼마든지 언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3.3%)을 나타냈다. 하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 세부 품목 112개 중 31개(27.7%)는 물가 상승률이 10%를 웃돌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 가격 인하 권고는 단순히 예를 든 것일 뿐 '가격 인하'는 정부가 식품업계에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를 권고해도 외식 물가 상승률 탓에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을 포함한 가공식품 물가가 7.3% 증가할 때 외식 물가는 10% 수준으로 상승했다. 외식 품목을 구성하는 39개 품목 모두 전년보다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집계만 봐도 외식물가 상승률은 가파르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 평균 28.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제품가격 상승이 지나치다는 지적 자체가 잘못 됐다는 해석도 있다. 국내 라면 제조사들은 해외에서 밀을 직접 수입해 밀가루를 만드는 것이 아닌, 제분업체에서 밀가루를 구입하는데 여전히 이 밀가루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원가에도 영향이 없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국제 밀 가격이 하락했지만 라면을 제조하는데 들어가는 밀가루 가격은 여전히 가격이 높고, 밀 외에 다른 원료도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내린다고 밀이나 밀가루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외식물가는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곡물 가격 불안정에 전기료·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이 겹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권고로 제품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외식 물가는 오를 예정이라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불확실 요인도 있다. 지난주 품귀 현상으로 급등한 소금가격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금 가격이 현재 안정화하고 있지만 유통 과정 특성상 지난주 급격하게 오른 가격 영향이 소비자 가격은 물론 대량 납품 과정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이는 식품 업계 모든 관련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품귀 현상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제조 업체들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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