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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몸값’ MR탱커, 16년 만에 ‘5000만달러’ 대기록

  • 송고 2024.04.04 15:12 | 수정 2024.04.04 15:13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HD현대미포의 기술력이 선가 주도해

공급부족, 빠른 납기로 선박가격 상승세

향후 2~3년간 인도되는 MR탱커량 적어

HD현대미포 5만DWT급 MR탱커 [제공=HD현대미포]

HD현대미포 5만DWT급 MR탱커 [제공=HD현대미포]

석유제품선의 대표 선종인 MR(Medium Range)탱커 가격이 상승세다. 16년 만에 ‘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주요 조선사는 향후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가운데 선사에 빠른 납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미포는 지난 2일 2789억원(미화 약 2억704만달러) 규모의 5만DWT급 MR탱커 4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은 오는 2026년 8월 31일까지 인도될 예정이며 선사를 비롯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은 이번 선박의 발주사를 국내 ‘팬오션’으로 점치고 있다. HD현대미포가 건고할 선박은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으로 스크러버가 장착된다. 척당 선박가격은 5176만달러로 5000만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MR탱커 5만1000DWT급 가격은 4850만달러에 발주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미포는 동일한 크기와 동일한 사양의 선박을 시장가격보다 약 7% 높은 수준에 수주했다.


MR탱커 선가가 5000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MR탱커 시장가격은 지난 2008년 9월 5350만달러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선사의 경쟁적인 발주가 이어지면서 2010년 이후 연간 100척 이상의 MR탱커가 시장에 쏟아졌던 것도 선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글로벌 조선 경기가 극심한 침체기를 보였던 2015~2016년에는 3000만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일부 중국 조선사들은 일감 확보를 위해 3000만달러에 못미치는 가격에도 계약을 체결했다. 손실을 감수하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19년부터 조선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듬해 시장가격이 4000만달러선을 회복했으며 현재까지 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역대급 MR탱커 선가는 HD현대미포의 기술력과 궤를 같이한다. 2026년 8월이라는 빠른 납기가 선박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팬오션이 확보한 이번 선표는 뉴질랜드 선사인 키위레일(KiwiRail)이 5만3000GT급 로팩스(Ropax)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취소하면서 발생했다.


HD현대미포는 지난 2월 13일 공시를 통해 선주사의 계약취소 요청에 따라 2월 8일 4169억원(미화 약 3억6894만달러) 규모의 로팩스 2척에 대한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키위레일의 계약이 취소된 선표에 팬오션이 발주한 MR탱커 2척이 들어가게 된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미포에 남아있는 2026년 선표가 2척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6척이라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HD현대미포는 이번 계약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32척의 석유제품선을 수주했다. 주력인 석유제품선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특히 향후 2~3년간 글로벌 시장에 인도되는 MR탱커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개선도 기대된다.


시장 조사기관인 반체로코스타(Banchero Costa)의 랄프 레츠진스키(Ralph Leszczynski) 수석연구원은 “2000년대에 매년 100척 이상의 MR탱커가 건조된 반면 향후 2~3년간 시장에 인도되는 선박은 연간 50~60척에 불과하고 노후선박에 대한 교체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 발주량은 2000년대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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