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합쇼핑몰 개척자 롯데 '친환경 몰링 파크' 선점
최대규모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 '쇼핑 테마파크' 승부수
"향후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말이다. 그룹 신성장동력으로서의 복합쇼핑몰 사업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9월 오픈 예정인 '스타필드 하남'을 통해 정 부회장의 구상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4세대 복합쇼핑몰의 탄생"이라고 타이틀을 붙였다.
국내 복합쇼핑몰의 개척자는 롯데그룹이다. 학계는 국내 복합쇼핑몰은 1989년 롯데월드가 효시이자, 테크노마트(1998년)와 함께 1세대를 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잇달아 센트럴시티(1999년), 코엑스몰(2000년)을 거치며 2세대가 지나고, 센텀시티(2009년)와 롯데몰 김포점(2011년)의 개장과 함께 3세대로 발전한 것이 국내 복합쇼핑몰의 간략사이다.
3세대의 특징은 도심형몰의 개발이다. 상업시설과 인근 역·극장·호텔이 하나로 뭉쳐 라이프스타일형 공간을 창출하는 게 특징이다.
'스타필관드 하남'이 정 부회장의 포부처럼 이와는 또 다른 복합쇼핑몰의 시대를 열어갈 것인지는 이제 유통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국내 유통 1위인 롯데그룹이 누구보다 주목하고 있다.
12일 유통가에 따르면 선두에 서 있는 롯데의 복합쇼핑몰 사업에 신세계의 추격이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명가의 자존심을 전제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소리 없는 격전'이다.
복합쇼핑몰에서 소비자들이 '논다'는 의미의 '몰링'은 침체된 유통업의 탈출구로 인식된다. 몰링의 개념도 소비자들이 쇼핑과 함께 문화 활동을 결합한 '놀이'로 진화했다.
윤성은 교수(청강문화산업대)는 "유통업에서 몰링은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단언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시장 포화, 비싼 토지비와 도심의 여유 부지 부족, 장기 불황 등으로 단독건물 형태로 출점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복합쇼핑몰은 유통업체에게 기회의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몰링을 하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늘어나고 있다는 현상에 더해 몰은 여타 유통업태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고, 그래서 더 오래 머물고 방문횟수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2011년 '롯데몰 김포공항'을 개장하면서 3세대 몰을 이끌었다. 롯데몰 김포공항은 연면적 31만4000여㎡로 지하 5층에서 지상 9층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복합몰이다.
전체 부지면적 중 60%가 넘는 12만9000㎡를 녹지 공간으로 구성해 자연과 쇼핑·문화·엔터테인먼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친환경 몰링 파크'를 표방했다.
이어 롯데는 2014년 10월 영업면적이 7만7000여㎡의 '롯데월드몰 쇼핑몰'을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 규모로 열었다. 270여 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잇달아 같은 해 11월 '롯데몰 수원'을 개장했다. 부지면적 4만4000㎡에 연면적 23만3000여㎡로 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다. 쇼핑몰과 함께 백화점·마트·시네마로 구성됐다.
롯데는 서울 은평뉴타운에도 올 하반기에 쇼핑몰·대형마트·시네마로 구성된 복합쇼핑몰을 열 계획이다. 또 인천 연수구에 '롯데몰 송도'를 2018년 완공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부지면적 8만4000여㎡, 연면적 41만4000여㎡ 규모로 쇼핑몰·마트·시네마에 더해 호텔과 오피스텔도 포함될 예정이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하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신개념 '쇼핑 테마파크'로 의미를 부여했다. 4세대 복합쇼핑몰의 선언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쇼핑 테마파크'는 도심의 복잡한 쇼핑공간이 아닌 쇼핑·여가·레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상을 벗어나 되도록 오래 머물고 싶은 새로운 형태의 쇼핑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물류유통단지에 위치한 스타필드 하남은 우선 규모면에서 국내 최대이다. 연면적 45만9498㎡(지하4층~지상4층), 부지면적은 11만7990㎡이다. 연면적 기준으로는 3월초 증축한 신세계 센텀시티) 백화점(41만7304㎡)보다 1.1배 넓고, 강남점(9만8843㎡)의 4.6배 규모다.
위치도 영동대교에서 불과 19km 떨어져 올림픽대로와 서울 외곽순환도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연장선상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 강남·송파·강동·광진은 물론, 경기 성남·구리·남양주·광주에서도 승용차로 20~30분 안에 갈 수 있는 사실상 도심형 복합쇼핑몰이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하남'에 이어 고양삼송, 인천청라 등 향후 건립될 복합쇼핑몰에도 '쇼핑 테마파크'의 개념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고객들은 이제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만 집중하지 않으며,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곳을 찾아가 오랜 시간 머물며 상품뿐만 아니라 가치를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필드 하남은 일상을 벗어나 여유롭고 생동감 넘치고 색다른 특별한 하루의 경험이 펼쳐지는 곳으로 고객들에게 놀라움으로 가득한 하루를 선사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작가 바바라 크루거는 1987년 그의 작품에서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구로 오늘날 소비자의 삶을 요약했다. 21세기 소비자들은 '쇼핑'이 아닌 '몰링'을 한다.
복합쇼핑몰은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공간을 방문해 발생되는 경제적·시간적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편의를 유도하고, 제한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국내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복합쇼핑몰을 "쇼핑, 오락 및 업무기능 등이 한 곳에 집적되고, 문화·관광시설로서의 역할을 하며, 1개의 업체가 개발·관리·운영하는 점포의 집단"으로 규정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복합쇼핑몰은 단순한 쇼핑과 놀이의 의미를 넘어서 진정한 여가와 문화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부회장이 주도하는 신세계 '쇼핑테마 파크'의 도전에 복합쇼핑몰 업력이 월등한 신 회장의 롯데가 어떤 '응전'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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