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청와대 바라보는 행태 고쳐야…조선·해운업 로드맵 없어"
이덕훈 "대선 당시 댓글단 적 없다…여신 리스크 관리 강화할 것"
한국수출입은행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 등을 놓고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또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출입은행 자율성과 의지에 대한 여야 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대우조선 지원금 등에 대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모호한 답변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며 국책은행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촉구됐다.
◆ 대우조선 지원금 4조2000억원 상회 전망…"출자전환 발빼기"
11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대우조선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냐는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4조2000억원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서별관회의에서 결정한 4조2000억원 범위에서 어떻게든 해보겠다던 지난달 청문회와 늬앙스가 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이 행장은 "그런 상황이 된다면 지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수출입은행의 출자전환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문제"라며 "현재 검토 중이라 정확한 답변이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자구책이 없는 상태에서 더 지원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비판엔 "상황이 상당히 어려우며 거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우조선 출자전환 가능성에 대해선 한발을 빼면서도 추가 지원 가능성에 대한 출구를 열어둔 셈이다.
김광림 새누리당의원은 이 행장의 모호한 태도를 꼬집으며 "서별관에서 결정한 4조2000억원으로 충분하고, 1조원 정도 여유가 있지만 만약 부족하면 대우조선을 통해 조달하는게 맞냐"고 질의했다.
이에 홍영표 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은 "대우조선의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대안 중 하나로 출자전환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까지 파악한 유동성 상황으로는 내년 중에 일정 기간에 마이너스가 있겠지만 그것은 상거래 채권 조정 등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식 의원은 "현재까지 정부가 제시한 대우조선 플랜은 모래 위에 지어진 성과 같은 꼴"이라며 "국감 후 4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지원액을 내놓을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어 "(만약 지원안을 논의한다면) 이 과정에서 회의록을 남기는 등 투명하게 하고, 자회사 매각을 포함한 자구책을 확실히 해달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철저히 따지겠다"고 역설했다.
대우조선 회생이 가능하다고 보냐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덕훈 행장은 "상황은 어렵지만 살려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대우조선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선 "약 1000명 정도가 구조조정 될 것으로 본다"며 "그 정도 이상의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채권단의 성동조선해양 지원 과정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성동조선 채권단은 2011년 7월 삼정KPMG에 성동조선 실사를 요청했는데, 삼정은 청산가치가 더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후 채권단은 안진회계법인에 재심사를 받았으며, 안진은 존속가치가 더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시 KB국민은행은 채권단의 성동조선 자금지원 실사 결과에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이날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이경학 전 국민은행 여신심사그룹 부행장은 국민은행의 이탈에 수은 행장이 나서고 금융감독원도 사실장 압박을 한 게 아니냐는 질문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수은과 금융당국이 압박해 구조조정을 방해했다는 의미다.
조선·해운업종에 쏠린 부실 여신로 인한 건전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수은의 부실여신액 5조4000억원 가운데 조선해운의 비중이 76.3%"라며 "회수 가능성이 있다고 보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행장은 "현재 상황으로는 상당히 어렵지만,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 상반기 수은은 조선업 부실과 구조조정의 여파로 93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은이 반기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76년 출범 이후 40년만에 처음이다.
이 행장은 조선·해운업종에 집중된 지원에 대해 "수익성에 의한 것은 아니다"며 "(정부 정책에) 끌려간 것도 아니다"고 답변했다. 그는 "여신 리스크 관리를 좀 더 강화해 경영 제고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경련 탈퇴 말바꾸기…"수은 개혁 위해 대기업과 연결 구조 끊어야"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전경련 탈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다 의원들의 질타에 말 바꾸기에 들어갔다.
이 행장은 이날 청와대 개입 의혹이 있는 전경련을 탈퇴하는 게 맞지 않냐는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수출입은행 기본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강화가 주력 사업이고, 대부분의 여러가지 협회나 모임 등에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며 "정보교환이라거나 협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위기를 인식 못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탈퇴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회비 또한 산업은행보다 2배 더 많이 내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혜훈 새누리당의원 역시 청와대 개입 의혹이 있는 전경련을 탈퇴하는 게 맞지 않냐며 "종합 국정감사가 있는 14일까지 결론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된 가운데 부실한 대기업과 만나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며 "국책은행이 왜 민간 기업 단체에 들어가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약 2억원을 들여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한 보고서를 발주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 선거 당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야당 비난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과 대학 동문 등의 인연 때문에 행장이 됐다는 의혹을 두고 공방도 일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은이 발주한 '한국의 빈곤 극복 경험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며 "박정희 찬양 일색에 내용도 부실하고 짜집기식"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선 의원 또한 "추경에 1조원을 받아서 이런 데 돈을 쓰니까 구멍이 난 게 아니냐"며 "2~3년 전부터 말이 많던 서강대 출신 인맥 등의 문제가 절정에 치닫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또 "수은 행장은 댓글 관리 총책을 하다 그 공로로 은행장이 됐다"며 "부행장 승진을 위해서는 친박(친박근혜)계에 줄을 대야 하는 수은의 행태를 고치지 않는 한 수은은 개혁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또한 "박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수출입은행장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보다 애국심을 가져야 할 분이 부실기업에 대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유 의원은 "청와대가 시키는대로 말만 듣는 자리가 아니라 수은 경영책임을 지는 책임자로서 여기에 대해 의견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조선·해운업에 대한 로드맵이 있는지, 아님 내년 2월로 예정된 임기 말까지 버티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행장은 "댓글을 단 적이 없다"며 "친박계가 누군지 잘 모르고, 인사에 영향 받을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우조선에 대해선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