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배율 11.7배에서 2~3배 수준 대폭줄여...전기소비량 많을수록 절감혜택 커
과소비층 부담 줄고 서민가구 부담 되레 늘어...전력 과부화 우려 속 보완책 긴요
[세종=서병곤 기자]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이 조만간 선보일 '전기요금 제도 개편 방안'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구간을 현행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고, 누진배율도 2~3배 수준으로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게 당정의 방침이다.
하지만 당정의 누진제 개편 방향만 놓고 볼 때 저소득층의 부담은 커지고, 전력 과소비층의 부담은 확 줄어드는 모양새로 부자감세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과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전기요금 제도 개편안 당정회의를 열고 현행 6단계로 이뤄진 주택용 누진구간을 3단계 정도로 축소하기로 잠정합의했다.
누진배율도 현행 최대 11.7배에서 2~3배로 낮추는 쪽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당정은 3단계 누진구간 축소를 기본 틀로 하되 구간별 사용량 및 누진배율에 대해서는 다각적으로 논의해 시일 내에 최종안을 확정·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의 이같은 방침대로 전기요금 개편안이 마련된다면 올 여름 폭염에 따른 냉방기 가동으로 요금 폭탄을 맞았던 가계의 부담이 크게 줄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당정이 제시한 방안과 유사하다고 말한 민주당의 개편안에 따르면 누진제 1단계(150kWh 이하)는 1kWh당 64.8원, 2단계(151~350kWh) 1kWh당 130원, 3단계(350kWh 이상) 1kWh당 170원이 부과된다고 가정했을 때 한달에 350kWh의 전력을 쓰는 가구의 전기요금은 기존 6만2900원에서 4만5150원으로 줄어든다.
이보다 많은 600kWh(현 누진구간 6단계 기준 초과)를 사용하는 가구의 경우 21만7350원에서 11만9000원으로 대폭 절감된다.
4인 기준 가구당 월 평균 전력사용량이 360kWh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다수의 가구가 혜택을 보는 셈이다.
그러나 3단계 누진구조는 전력 과소비층의 부담이 확 줄어들고 오히려 저소득층 등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서민가구의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볼수 있다.
현행 누진구간 기준으로 총괄원가 이하 요금이 부과되는 구간은 1~3단계다.
1단계의 경우 1kWh(100kwh 이하)당 60.7원, 2단계(101~200kWh)는 1kWh당 125.9원, 3단계(201~300kWh)는 1kWh당 189.9원이 부과되고 있다.
만약 민주당 안대로 정부가 개편안을 마련한다면 기존의 3단계를 제외한 1단계 전 가구 및 2단계 일부 가구는 요금을 더 내야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 가운데 누진구간 1·2단계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9.3%이다.
이러한 현상은 2012년에 제시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잘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누진제를 3단계, 누진율 3.6%배로 조정할 경우 기존 1단계(100kWh 이하) 가구는 2318원, 2단계(101~200kWh) 가구는 3328원 씩 요금(월 평균)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달리 6단계(500kWh 초과) 가구의 경우 기존보다 4만4804원이 감소했다.
그렇다보니 당정이 조만간 내놓을 전기요금 개편안이 저소득층의 부담을 키우고 전기 과소비 가구만 알짜 혜택을 누리는 방안으로 전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 개편안 마련을 위해 지난 8월 당정TF를 구성하기 전까지 부자감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누진제 완화를 완강하게 반대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재 당정은 누진구간 대폭 축소로 인해 저소득층 등 취약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에너지바우처 등 다양한 보완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논란이 예상되는 부자 감세 문제를 해소할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민간 전력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한 당정의 방침만 볼 때 클 틀에서는 가계의 부담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력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전력 과부하를 막기 위해라도 새 3단계 누진구간에 전기 과다 사용시 누진율을 피크로 올리는 기준치를 설정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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