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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될 것 알면서도 찾는 미등록대부업자, 왜?

  • 송고 2018.12.13 11:10 | 수정 2018.12.13 11:06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불법대부 피해건수 1년 새 22.2% 급증…블로그·SNS 등 불법 인터넷광고 기승

경기 침체 지속되며 '생계형 자금' 수요 이전…하위 20% 가구 소득 지속 감소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전경ⓒEBN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전경ⓒEBN

허술한 감독·규제를 틈타 미등록 대부업자의 인터넷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위축으로 상환능력이 낮아진 저신용 차주들이 지속 유입되는 악순환 고리가 견고해지고 있다. 불법 대부업은 크게 수백%에 달하는 대출금리는 물론 가혹한 채권추심 행위도 널리 퍼져있는 시장이다.

13일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전체 지자체에서 총 31명의 담당자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대부업체 6835개를 감독하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등록대부업체 관리감독이 사실상 방치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미등록대부업체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미등록 대부업자는 대부업법에서 규정한 불법사채업자다. 따라서 미등록 대부업자의 핵심 영업수단인 인터넷광고도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광고다. 이에 사전규제, 자유규제보다 관련 행정기관 및 경찰에서 단속을 실시해 처벌하는 공적 사후규제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등록대부업자 단속 및 처벌 실효성은 미흡한 편이라는 평가다. 서울연구원이 낸 경찰의 미등록대부업자 검거 및 송치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 불기소 비율은 30.7%로 높은 편이고 기소되더라도 대부분 불구속 기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구속 기소건수(1519건)가 구속 기소건수(21건)보다 72.3배나 높다.

지자체의 감독력과 경찰의 구속력 모두가 약하니 시장이 작아질 수 없다. 이상식 한국소비자원 박사가 기존 연구에서 추정한 바에 따르면 미등록대부업자 이용자수는 43~140만명, 이용금액은 8~24조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미등록대부로 인한 피해 건수는 2818건으로 1년 전(2306건)보다 22.2% 급증했다.

이 박사는 "이익에 비해 규제가 약하니 미등록 대부업자들의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는다"며 "싱가포르의 경우는 대부분 징역형으로. 일본도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7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열흘간 수집한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는 418건으로, 블로그 게재물이 71.3%의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미등록대부업 블로그 광고에서는 미등록대부업체 광고라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임의의 등록번호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광고 문구에 '믿을 수 있는 정식 대부업체, 정식 등록업체' 등 표현을 사용한다. 대부업과 관련없는 개인 블로그를 가장해 일상적인 게시글 말미에 대부업체 광고를 게시한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도 전화번호, 카카오톡ID 등 최소한 정보만을 제공해 1:1 상담을 유도하는 미등록대부업 광고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비공개 카페, 네이버 밴드 등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하는 폐쇄형 채널을 통한 불법광고도 적발되면서 미등록대부업이 더욱 음성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등록대부업을 이용하는 차주들도 이 같은 인터넷광고의 심각성을 알면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지난 12일 이태규 의원이 주최한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됐다.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및 대출 이용 경험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0%가 미등록대부업 인터넷 광고로 인한 경제·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불법 광고행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은 23%에 달했지만 전체 응답자 78%가 외부기관에 인터넷광고를 신고한 적은 없다고 했다.

문제의식을 공감하면서도 이들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대출이 필요해서다. 응답자의 32.0%는 가계생활 자금, 31.3%는 사업자금 용도로 대출했다고 답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생계형 자금에 대한 불법대부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올 3분기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1분위 가구 소득은 1분기 -8.0%, 2분기 -7.6%에 이어 올해 내내 감소세다.

성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교수(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는 "알고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서민금융의 확대와 이에 대한 정보제공, 미등록대부업체의 등록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박사는 정부가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처벌규정을 현행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각 기관에 산재된 모니터링을 통합해 인터넷광고 감시를 주 업무로 하는 공익기관 및 단체에서 정기·수시 모니터링을 위탁 수행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2022년까지 법정최고금리를 20%까지 인하하기로 한 정부의 기조가 '선의의 역설'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등록된 합법 대부업체들이 금리인하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저신용 차주들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탈락한 저신용 차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다는 논지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법정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는 정부 방침으로 원가구조 자체상 여신대출을 할 수 없는 업체들이 생기며 등록대부업체의 대출비율이 30% 가까이 감소했고, 이에 불법사채업자밖에 갈 데가 없는 것"이라며 "불법사채 광고에 대해선 어느 부처에서도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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