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3배 껑충
"청약깨고 일반예금 가입"
주택매매 시장 한파가 청약시장까지 덮치고 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수도권 1순위 청약 경쟁률도 한 자릿수로 떨어진 상황이다. 분양시장은 미달 단지가 점점 늘어나며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중이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약 경쟁률 지역별 비교'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수도권에서 공급된 분양 단지의 1순위 6938가구 모집에 2만4047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3.5대 1을 기록했다.이는 지난해 3분기 1만49가구 모집에 35만9038명이 신청해 30.9대 1을 기록한 것에 비해 10분의 1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 경쟁률은 231.2대 1에서 2.5대 1로 추락했다. 경기도의 경우에도 22.2대 1에서 2.2대 1로 인천은 30.9대 1에서 8.0대 1로 떨어졌다.
청약 시장이 급속히 냉각된 이유는 집값이 조정 받으면서 청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출 금리가 올라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생긴 예비 청약자들이 선뜻 청약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미분양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은 지난해 말 1509가구에서 올해 8월 5012가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1만7710가구에서 3만2722가구로 85%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 청약시장 침체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기준금리 급등으로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전국적으로 작년에 비해 1순위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며 "지방의 경우 규제지역 해제 발표에 따라 대출·세제·청약 등에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 조정국면 속에 청약 수요도 위축된 상태라서 분양이 나오기만 하면 높은 경쟁률을 보인 작년 분위기와는 다르다"며 "철저히 분양가 수준에 따라 단지 흥행 여부가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 시장 인기 감소는 통장 가입자 수치 변동 추이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이 25일 공개한 지난달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총 2851만8236명으로 전월 대비 4만741명(0.14%)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지난 7월 전월 대비 1만8108명(-0.06%)이 줄어든 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폭도 8월 2만2194명(-0.08%)에 이어 지난달 4만명을 넘어서며 석달 연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이 청약 미달과 미계약,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침체에 빠진데다 가점제 확대로 가점이 낮은 사람은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도 통장 가입자의 가입 해지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여기에 청약통장 금리가 은행 일반 예금과도 큰 차이를 벌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이달 현재 기준금리는 3.0%로 올라선 반면, 청약통장 이자는 연 1.8%로 묶여 있다.
이달 한은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여파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정기예금 금리는 연 5%에서 최대 6%까지 치솟았다. 청약통장 이자와 3%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예금이자가 1%에도 못미쳤던 저금리 시절에는 청약통장이 청약 수단은 물론 재테크 역할까지 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금리인상기가 가팔라지면서 높은 이자를 찾아 이탈하는 청약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청년 등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추첨제 적용 물량을 늘리고, 청약통장 이자도 소폭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하면서 통장 가입자 수 감소세가 반전될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집값 고점 인식이 큰 상황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시장 조정기가 끝나야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반대 해석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아파트값 급등으로 경계 심리가 커졌고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담감이 증가하면서 분양시장 침체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인상 기조가 바뀔 때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분양시장 전망도 암울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49.4에서 43.4로 6.0포인트 떨어졌다. 서울(53.7)과 경기(38.5)는 지난달 대비 각각 5.3포인트, 15.0포인트 급감했다. 특히 울산(26.7)과 대구(26.9)는 분양전망지수가 30미만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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