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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투표 D-1] '위기 혹은 기회' 갈림길에 섰다

  • 송고 2016.06.22 10:38 | 수정 2016.06.22 13:38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신흥국 투자금, 선진국으로 이탈" VS "저가매수와 분산투자 기회"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 피살 이후 중단했던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EU> 탈퇴) 찬반 투표 운동이 19일(현지시간) 재개된 가운데, EU 탈퇴 반대자들이 런던 의사당 광장에서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기를 엇갈려 들고 있다.ⓒ연합뉴스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 피살 이후 중단했던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찬반 투표 운동이 19일(현지시간) 재개된 가운데, EU 탈퇴 반대자들이 런던 의사당 광장에서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기를 엇갈려 들고 있다.ⓒ연합뉴스

D-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영국이 EU를 떠날지 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투표가 오는 23일 실시된다.

분열의 갈림길에 선 유럽연합을 놓고 전세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잔류냐, 탈퇴냐에 대한 영국 내 여론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단, 브렉시트는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투자한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불확실성이 커진 영국계 투자금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안정적인 선진국으로 투자금을 옮기는 등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힘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브렉시트가 확정되면 파운드/달러 환율도 떨어지고, 영국과 경제적으로 가까웠던 EU의 유로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동반약세로 결과적으로 달러 강세가 촉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브렉시트가 결과적으로 한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달러화 가치 지속 상승이 원화 등 다른 나라 통화로 환산한 달러화 부채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기초 체력이 약한 신흥국이 1차적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한국이 안심할 수 없게 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됐을 때 영국만 빠진 상태로 EU 체제가 과연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영국에 대한 이분법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래에셋대우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 브렉시트 = 위기

브렉시트 투표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브렉시트에 대한 경계심리로 다수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기관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수에 힘입어 이날 코스피는 1980선에서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패닉에 빠질 것으로 진단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대화되면서 영국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브렉시트는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동반 약세와 달러화 강세를 자극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및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장을 보이며 2020선에서 1950선 초반까지 흘러내렸다. 이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47조원가량 사라지는 등 당분간 불확실성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는 불안한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불확실성을 해소시킬 카드는 주요 20개국 회담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한 달 가량 시장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는 "그러나 오는 7월 23∼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브렉시트의 악영향을 제한할 정책카드가 도출되고, 이후 글로벌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파라지(가운데) 대표가 13일(현지시간) 스팅번의 한 빵가게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파라지(가운데) 대표가 13일(현지시간) 스팅번의 한 빵가게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브렉시트 = 기회

한쪽에서는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시장에 반영됐다며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 패닉 재료에 불과한 브렉시트 이슈를 역으로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란 투자 의견도 상당수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장은 영국의 잔류가능성에 베팅해다고 볼 수 있는데 파운드화/영국증시/VIX 등을 봤을 때 이미 브렉시트 리스크는 50% 정도 이른다"면서 "영국의 탈퇴는 금융쇼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같은 상황을 투자자들은 역이용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현실화해 코스피 지수가 하락해도 1800선 중반 이하로 내려가면 절대적 저평가 구간인만큼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확대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결과를 본 이후 주식 비중을 결정하기보다는 절대 지수 레벨을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주식비중을 늘려가야 한다"며 "1900선 초반에서는 경기민감주 중심의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자산배분으로 분산시킬 기회라는 시각도 나온다. 소재용 하나대투 연구원은 "그 동안 브렉시트 경계감으로 움츠려 있던 신흥국 주식시장 등 위험 자산을 일정부분 편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 모두 취하는 바벨전략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브렉시트 등과 같은 다양한 변화 기조가 긍정적인 정책변화를 유인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 방점이 ‘재정 확대’ 쪽으로 서서히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부 지출 확대는 곧 수요 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중국이나 한국과 같은 아시아 수출국 입장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결과가 하반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 상반기에는 주요국들이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멈췄다"며 "하반기에는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금리가 높은 나라들은 금리인하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료제공: 삼성증권

ⓒ자료제공: 삼성증권


◆ 국내 증권가 "브렉시트 가능성 30%"

국내 증권가 전망은 브렉시트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쪽으로 대부분 기울어진 상태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가능성은 30% 수준"이라며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전세계 증시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경제성장률도 1.5% 이상으로 회복이 예상되는데 독일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슈는 현 상황에서 기회냐 위기냐 나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잔류를 하게 되면 이미 글로벌 시장이나 국내 시장에서 잔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2000선 수준까지는 오르겠으나 그 이상으로 오르는데는 제한이 될 것”이라며 “탈퇴가 결정되면 시장은 단기적 충격으로 코스피지수는 100포인트 이상 크게 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찬반 투표율이 60~65% 수준이라면 출구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70%에 가깝다면 영국의 유럽 잔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 조약에 2년의 협상 기간이 남았다는 점도 시장의 걱정을 덜고 있다. 협상의 범위와 다양한 변수를 감안할 경우 설령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돼도 영국이 EU를 탈퇴하기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예상도 시장에서 거론됐다.

지난해 6월18일 현지시간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영국이여 기억하라, 브렉시트가 너희의 워털루 전투가 될 수 있다는 것을'이라는 제목의 영어 사설을 게재했다ⓒ연합뉴스

지난해 6월18일 현지시간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영국이여 기억하라, 브렉시트가 너희의 워털루 전투가 될 수 있다는 것을'이라는 제목의 영어 사설을 게재했다ⓒ연합뉴스


◆ "브렉시트에 대한 이분법적 해석 경계"

삼성증권 박성현 연구원은 ‘영국인의 선택’에 대한 이분법적 해석을 경계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이번 브렉시트 이슈가 명칭에 대한 호칭으로 불거진 측면이 크다고 해석했다.

박 연구원은 " 이번 이슈의 정확한 명칭은 'EU Referendum: EU 탈퇴 여부를 묻는 영국의 국민투표'가 돼야 한다"면서 "투표에서 ‘탈퇴(Leave)’ 의견이 우세하게 나와도 이후 EU와의 협의 등을 거쳐야 현실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세부 협상 내용에 따라 소위 ‘무늬만 탈퇴’로 본질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그는 "굳이 ‘탈퇴(Exit)’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해당 이슈를 ‘위험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효과가 커졌다"면서 "브렉시트가 만약 영국이나 EU 시스템에 심각한 붕괴를 초래할 이슈라면, 투표 결과가 탈퇴(Leave)로 귀결되기 힘들 것이며, 역으로 탈퇴로 결론이 나도, 영국 스스로가 브렉시트를 새로운 변화의 기회로 판단하고 이를 선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선택인 만큼 ‘잔류하면 다행이고 탈퇴하면 큰일난다’는 이분법적 논리로 판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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